중국 당국이 최근 미국에 상장한 승차호출업체 디디추싱에 지난 4월 이미 상장을 포기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고에도 디디추싱이 뉴욕행을 고수하자 당국은 상장 직후 국가안보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은 디디추싱 외에도 '국가안보'를 이유로 최근 미국에 상장한 자국 기업들에 대한 심사를 확대했다. 중국 기업 특유의 정부 규제 리스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국 입김 피해 뉴욕증시 갔다가
5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감독당국은 디디추싱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추진하던 4월 "지금은 상장을 추진할 시기가 아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공정거래위원회인 시장감독관리총국과 인터넷정보판공실(CAC), 세무총국 등 3개 감독기구가 디디추싱과 알리바바 등 플랫폼 사업자 34곳을 한 자리에 불러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라는 '행정 지도'를 내린 회의에서다.

당국에 소환되기 직전 디디추싱은 홍콩과 뉴욕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었다. 중국 정부의 승차호출업 규제 강화 영향으로 경쟁사들의 홍콩 상장이 지연되자 뉴욕을 선택했다. 당국자들은 당시 회의에서 디디추싱에 "홍콩에서도 안 되는데 미국으로 가면 더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추가 조치를 예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디추싱은 지난달 30일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CAC는 상장 이틀 뒤인 지난 2일 국가안보를 이유로 디디추싱에 대한 심사를 개시하면서 신규 회원 모집을 금지시켰다. 이어 4일에는 개인정보 수집 법령 위반으로 중국 내 모든 앱 장터에서 디디추싱 앱을 내리도록 했다. 지난해 11월 당국의 제동으로 상하이·홍콩 동시상장이 중단된 앤트그룹과 달리 디디추싱은 당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뉴욕증시 입성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무리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디디추싱은 성명을 내고 "주무 부처가 디디추싱의 위험 요인을 조사해 주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진지하게 개선하겠다"며 바짝 엎드렸다. 또 현상 유지 수준의 영업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로펌인 러배튼 서커로는 디디추싱을 상대로 주주들을 대표해 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상장 전에 투자자들에게 이런 위험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상장 중국 기업 잇따라 조사 대상으로
중국은 디디추싱에 이어 두 곳의 플랫폼 기업들을 대상으로 '안보 심사'에 착수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반독점, 금융 안정, 소비자정보 보호 등의 명분으로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형 기술기업들에 대한 견제를 강화해 왔다. 이제 더욱 심각한 국가안보 카드까지 전면에 꺼내든 것이다.

CAC는 이날 "국가 데이터 안보 위험 방지 등을 위해 화물중개 플랫폼 윈만만과 훠처방, 구인구직 플랫폼 BOSS즈핀을 대상으로 안보 심사를 한다"고 발표했다. 디디추싱처럼 신규 회원 모집 금지 조치도 내렸다.

주목되는 것은 안보 심사 대상이 된 기업들이 모두 '중국 회귀' 흐름을 거슬러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채용정보 플랫폼인 BOSS즈핀은 지난달 나스닥에 상장했다. 원만만과 훠처방도 지난달 NYSE에 입성한 만방이 운영하는 플랫폼들이다. 화주와 화물차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중 갈등이 본격화된 이후 중국은 자국 기업들이 당국의 통제권에 있는 홍콩이나 상하이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선호해 왔다. 미국이 뉴욕에 상장한 중국 기업 회계를 직접 감사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중국 기업들의 미국 증시 탈출 경향도 커지고 있다. 현재는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은 중국 증권감독위원회에서만 회계감독을 받으면 된다. 알리바바와 징둥닷컴, 바이두 등 미국에 상장한 여러 중국 기술기업이 작년부터 잇따라 홍콩에 2차로 상장했다.

중국으로서는 수억 명에 달하는 중국 소비자의 개인 정보와 지리 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를 가진 기업들이 방대한 경영 현황 자료를 미 증권감독당국에 제출하는 것에 위기감을 가질 수 있다. 특히 디디추싱과 만방은 초정밀 지도를 활용하는 모빌리티(이동 서비스) 기업이라는 점에서 도로 현황을 국가 안보 관련 중요 정보로 규정하는 중국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줘샤오둥 중국정보안보연구원 부원장은 "당국이 이번 심사를 통해 중요 데이터와 국민 개인 정보가 나라 밖으로 나갔는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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