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면책 요구에 은 위원장 "생각도 말라"
시중은행 "거래소 추가 심사·제휴 불가"
실명계좌 발급, 기존 4개社로 끝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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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암호화폐거래소 검증에 대한 은행권의 '면책' 요구를 당국이 거부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은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신규 거래소 검증 작업에서 완전히 손을 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대형 거래소 4곳(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을 뺀 나머지 수십 개 거래소가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아 9월 24일까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신고를 마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은행권과 '무더기 폐업'을 눈앞에 둔 거래소들 사이에서는 "결국 당국은 빠지고 모든 거래소 검증 책임을 은행권에 떠넘기려는 것", "애초부터 민간 기업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을 특금법 신고 조건에 넣은 게 문제", "원칙 없는 거래소 구조조정의 피해는 결국 투자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권 "금융위, 책임 떠넘기며 당당"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은행권의 면책 요구와 관련해 지난 1일 "아예 생각도 안 했으면 좋겠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은 위원장은 "우리나라 당국이 면책한다고 해도 미국 금융당국이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하면 괜찮겠느냐. 글로벌한 생각이 없고 자금세탁에 무지한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일부 시중은행과 은행연합회 등은 금융위와 유관기관들이 꾸린 암호화폐거래소(가상자산사업자) 관련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면서 거래소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후 은행의 책임 논란을 피하기 위한 '면책기준'의 필요성을 당국에 전달했다. 은행권은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터줬다가 향후 금융사고가 터질 경우 '은행에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은행의 실사, 검증 과정에서 은행의 과실이나 책임 사유가 없다면 향후 거래소 사고와 관련해 은행의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기준을 만들어 달라고 당국에 요청한 것이다.
4일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결국 모든 암호화폐거래소 관련 금융사고 책임을 실명계좌를 내준 은행에 떠넘기겠다는 말을 다시 당당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금세탁에 연루되면 해외 지점이 셧다운(영업정지)까지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게 은행들이고, 그래서 더욱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기피하는 것"이라며 "다만 은행의 직접적 과실이 없다면 사모펀드 사태처럼 은행에 포괄적 책임 등까지 묻지는 말아 달라고 국내 금융당국에 부탁하는 것인데, 무슨 엉뚱한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금법의 신고 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은행권 관계자는 "애초에 정부가 신고 수리제가 아니라 싱가포르 등 사례처럼 허가제를 택하고 당국 검증과 실명계좌 발급 순서를 바꿨어야 한다"며 "허가받은 경우에 한해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서비스를 받고, 은행은 이후 계좌 관련 상황을 당국에 보고하는 프로세스가 훨씬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분은 거래소 업계도 계속 제기하는 문제다. 암호화폐의 주무 부처로서 금융당국이 직접 기준을 정하고 거래소를 걸러내야 하는데, 은행이 발급하는 실명계좌를 가장 중요한 특금법 신고 전제 조건으로 끼워 넣으면서 기형적 검증 구조를 만들고 제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 결과 실제로 민간기업으로서 검증 작업에 의무가 없는 은행은 별다른 이유 없이 아예 검증 자체를 기피하고, 결국 대다수의 거래소가 검증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중소 거래소 "불공정한 구조조정"
암호화폐거래소 4사 대표들이 지난달 29일 '트래블 룰' 공동 대응 합작법인 MOU 체결식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이종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 이석우 두나무 대표, 허백영 빗썸코리아 대표, 오갑수 한국블록체인협회장, 오세진 코빗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전중훤 한국블록체인협회 글로벌협력위원장. 두나무 제공당국의 은행 면책기준 요구 거부는 사실 은행보다는 특금법 신고를 앞둔 암호화폐거래소들에 더 나쁜 소식이다. 가뜩이나 암호화폐거래소와의 신규 실명계좌 제휴와 관련 검증에 소극적인 은행들이 더 몸을 사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은행 면책 의향이 전혀 없다면 은행으로서는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 리스크(위험)가 더욱 커진 것이니, 신규 거래를 극도로 꺼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실명계좌 제휴 거래소를 실사하고 있는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재 검증 속도나 당국 입장 등으로 미뤄 다른 새 거래소와의 제휴는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결국 9월 24일 특금법 신고를 마칠 수 있는 거래소는 현실적으로 많아야 4곳(기존 실명계좌 제휴 거래소)뿐일 것이라는 관측이 은행권에서 더 굳어졌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를 갖춘 20개 거래소 중 한 곳의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아무리 시간과 돈, 노력을 들여서 요건을 갖춰도 은행이 검증조차 해주지 않는다고 하면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라며 "이 정권이 아무리 암호화폐 시장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법적으로 금지가 안 된 것이면 합법적이라는 얘기인데, 마치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 시장의 구조조정은 불공정해도 상관이 없다는 식"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거래소들은 은행을 앞세운 무리한 암호화폐거래소 구조조정으로 다수의 거래소뿐 아니라 투자자도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대 거래소로서는 '독과점 구조'를 기대할 수 있는 지금 상황이 나쁠 게 없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은 '트래블 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지난달 말 합의했다. 네 업체가 지분을 똑같은 비율로 나눠갖는다. 이들은 "향후 가상자산사업자로 인가받는 기업들이 합작법인의 트래블룰 서비스 이용을 원한다면 문호를 개방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소 거래소들은 "자기들끼리 기득권 체제를 만들려 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돌려주기 위해 쌓아야 하는 준비금인 보험부채가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2023년 1월 1일부터 원가가 아니라 현재 가치로 평가된다. 또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 등 재무제표 용어가 각각 재무상태표와 포괄손익계산서 등으로 변경된다.금융위원회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관련 내용을 반영한 보험업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4일 밝혔다. 2023년 1월 1일 시행되는 IFRS17에 따르면 보험사는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니라 현재 가치로 평가해야 한다. 보험부채란 고객에게 보험금을 돌려주기 위해 보험사가 쌓는 준비금을 말한다.또 보험수익은 보험료 수취 시 수익으로 인식하는 현금주의를 채택하지 않고 제공한 보장과 서비스를 반영해 인식하는 발생주의로 바뀐다. 개정안은 또 IFRS17 시행에 맞춰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등 용어도 각각 재무상태표, 포괄손익계산서 등으로 바꿨다. IFRS17 도입으로 부채로 계상하는 책임준비금은 평가 시점에서 현재 가치로 적립해야 하므로 이를 반영해 미래현금흐름에 대한 추정치를 적용하고 책임준비금을 평가하도록 규정했다.재보험자산 평가와 손상처리 기준도 바뀐다. 개정안은 IFRS17 기준을 반영해 원보험사와 재보험사가 각각 책임준비금을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재보험사 부실이 예상되면 미래 예상손실을 반영해 손상 처리하도록 했다. 현재 재보험사는 원보험사가 평가한 책임준비금을 그대로 적립하고, 원보험사는 재보험사 부실 시 재보험자산을 전액 감액 처리하고 있다.개정안은 이와 함께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따라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에 자본의 손실 흡수성 개념을 반영하고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은 발생할 수 있는 손실위험으로 개념 정의를 구체화했다.금융위는 8월 16일까지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규제 심사, 법제 심사 등을 거쳐 올 하반기까지 개정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4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대금은 5조원 안팎을 기록했다. 하루 40조원을 넘기도 했던 지난 5월 초와 비교하면 8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인터넷 카페에는 큰 손실을 보고 나서 암호화폐거래소 앱을 아예 지워버렸다는 ‘탈(脫)코인’ 인증샷이 줄줄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 많던 ‘코린이(코인+어린이)’들은 정말 코인판을 떠난 것일까.암호화폐 가격이 급락과 반등을 거듭하며 혼란스러운 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거래소 접속자는 상대적으로 많이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정보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6월 셋째주 업비트 앱 이용자 수는 329만4953명, 빗썸 앱은 101만5593명을 기록했다. 두 업체는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투톱’ 거래소다.이들 앱 이용자가 가장 많았던 때는 비트코인이 정점을 찍고 조정기에 접어든 5월 초·중순이었다. 업비트 접속자는 5월 셋째주(387만462명)에, 빗썸은 5월 첫째주(137만6549명)에 각각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이용자 수는 당시보다 20% 안팎 감소했지만 코인 열풍에 가속도가 붙던 3월 첫째주(업비트 136만888명, 빗썸 64만4193명)와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 이상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분위기가 다소 꺾인 건 사실이지만 투자자 수가 크게 줄지 않았고 현재 관망세에 있다고 본다”며 “하반기 시장은 금리 상승 등 거시경제 변수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점에 물리는 바람에 발이 묶인 투자자도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찌 보면 두세 달 전이 비정상적 과열 상태였다”며 “금융당국은 시장이 진정되길 원했고, 상위권 거래소는 지금도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어 나쁘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암호화폐 투자자는 20~3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재력’을 갖춘 40~50대도 존재감이 만만찮다. 와이즈앱이 접속자의 연령대별 분포를 집계한 결과 업비트는 △10대 2.2% △20대 23.7% △30대 25.6% △40대 30.3% △50대 이상 18.2% 등이었다. 빗썸은 20대가 상대적으로 적고 중장년층이 많은 점이 눈에 띄었다. 구체적으로 △10대 2.1% △20대 14.4% △30대 24.7% △40대 30.9% △50대 이상 27.9% 등으로 조사됐다.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정부의 ‘암호화폐거래소 구조조정’이 이른바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정리되는 극단적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거래소 검증과 관련한 은행권의 면책 요구를 금융당국이 거부하자, 주요 은행들은 4대 거래소를 뺀 나머지 업체와 제휴 논의에서 손을 떼려 하고 있다. 은행으로부터 끝내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들은 ‘무더기 폐업’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 건의 단칼에 자른 은성수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일 은행권의 면책 제안과 관련해 “아예 생각도 안 했으면 좋겠다”며 거부하자 은행권은 실명계좌 신규 발급 심사가 불가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실명계좌를 터준 거래소에서 사고가 났을 때 ‘은행 검증이 부실했다’며 책임을 추궁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은행연합회 등은 실사·검증 과정에 과실이 없다면 은행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 기준을 당국에 요구해 왔지만 은 위원장은 단칼에 잘랐다. 자금세탁 방지는 국제적 업무여서 미국 금융당국이 벌금을 물리면 우리나라 당국의 면책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은행들을 향해 “글로벌한 생각이 없고 자금세탁에 무지한 것”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은 위원장의 반응과 관련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국 모든 암호화폐거래소 관련 금융사고 책임을 은행에 떠넘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암호화폐거래소들은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9월 24일까지 사업자 신고를 마쳐야 한다. 은행이 발급하는 실명계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이 필요하다. 둘 다 모두 충족한 업체는 4대 거래소뿐이고, ISMS 인증만 받은 거래소는 16곳이다. 은행 “검증 책임 우리에 떠넘겨”‘민간기업’으로서 거래소를 책임질 의무가 없는 은행들이 검증 자체를 기피하면서, 결국 대다수 중소 거래소는 은행과 접촉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암호화폐거래소와의 신규 제휴에 소극적이었던 은행들이 은 위원장의 발언으로 더욱 몸을 사릴 가능성이 커졌다. 신한은행은 기존에 실명계좌를 발급해 온 코빗, 농협은행은 빗썸·코인원 정도만 제휴를 이어가기로 방침을 정했다. 국민·하나·우리은행은 거래소와 새로 제휴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중소 거래소는 일부 지방·인터넷은행을 뚫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특금법 신고를 마칠 수 있는 거래소가 현실적으로 상위 4개뿐일 것이라는 관측이 굳어지고 있다.특금법의 신고 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고제가 아니라 싱가포르 등과 같이 허가제를 택하고, 당국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 한해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받도록 했어야 훨씬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지적은 거래소들도 똑같이 제기해 왔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주무부처로서 직접 기준을 정하고 거래소를 걸러내야 하는데, 은행이 발급하는 실명계좌를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끼워넣으면서 기형적 검증 구조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중소 거래소 “불공정한 구조조정”후발주자들은 “시간, 돈, 노력을 들여 요건을 갖춰도 은행이 응하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라며 “이 정권이 아무리 암호화폐 시장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시장의 구조조정을 이렇게 불공정하게 해도 되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혼탁한 암호화폐 시장의 정리를 명분으로 4개 거래소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은 사실상 ‘특혜’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한 중견 거래소 관계자는 “3~4년 전 우리도 실명계좌 발급이 성사 직전 단계였지만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강경 발언 이후 모든 것이 막혀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토로했다.일부 업체는 원화 마켓을 닫고 비트코인 마켓만 운영하면서 재등록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마켓은 암호화폐를 원화가 아니라 비트코인으로 사고파는 기능을 말한다.4대 거래소로서는 독과점을 기대할 수 있는 지금 상황이 나쁠 게 없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은 지난달 29일 ‘트래블 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향후 가상자산사업자로 인가받는 기업들이 합작법인의 트래블 룰 서비스 이용을 원한다면 문호를 개방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소 거래소들은 “자기들끼리 기득권 체제를 만들려 한다”며 불편한 기색이다.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