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내 주식도 휴지 될까?"…꼭 알아야 할 '상장폐지' 징후 [류은혁의 기업분석실]
상장폐지, 주식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를 예상하고 종목을 사는 투자자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상장폐지의 길로 접어드는 종목을 우리 주변에서 종종 목격한다.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종목은 10개사에 달한다. 피흡수합병에 따라 상장폐지 된 한국아트라스비엑스를 제외할 경우 사실상 9개사로 볼 수 있다. 주식투자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은 자신이 믿고 투자한 종목이 상장폐지돼 주식이 휴지조각 되는 것이다. 과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종목이 상장폐지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상장폐지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찾아오지는 않는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주식시장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1912년 침몰해 15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던 타이타닉호도 침몰 전 여러 사전 징후를 보였다고 한다. 하인리히 법칙을 잘 응용한다면 반드시 부실 우려가 있는 종목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종목이 상장폐지되는 것을 '대형 사고'라고 한다면 부실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투자자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사고, 즉 상장폐지 조짐이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된다.

최대주주 등 경영권 자주 바뀌면 상폐 위험도 높아진다?

투자자들이 무심코 지나치지만 몇 가지 징조를 발견할 수 있다면, 나중에 휴지조각이란 대형 사고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상장폐지된 종목들을 살펴보면 최대주주 등 경영권 변동이 잦고 목적사업이 수시로 변경되는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로 눈여겨볼 부분은 '경영권 변동'이다. 상장폐지 기업들은 경영권 변동이 잦았고 횡령 등 내부통제가 미흡했다. 기업 쇄신을 위해 대표 등 이사진들이 교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잦은 교체는 경영진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영을 어렵게 한다. 최대주주가 자주 바뀔수록 경영환경이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경영권 분쟁이 지속해서 일어났던 아이엠텍은 감사의견 거절로 지난달 주식시장에서 퇴출됐다. 아이엠텍은 우리ETI에서 코리아컨소시엄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이후 최대주주 변경이 계속해서 이뤄지면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코리아컨소시엄의 보유지분이 반대매매 되고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지속해서 이뤄지면서 2018년에는 스타앤홀딩스가 2019년에는 싱크코어홀딩스가, 그리고 올해에는 김상진 외 3인이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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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상장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변경될 때 함께 따라오는 것이 있다. 바로 '신사업'이다. 시장에서 가장 '핫'(?)한 섹터는 바이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변곡점 삼아 주식시장에서 바이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너도나도 바이오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바이오 등 신사업은 상장사 입장에선 정체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다. 보통 신규 사업은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며 주가를 띄우곤 한다. 문제는 고유 수익모델 기반이 미흡한 상태에서 신규 사업으로 재무나 영업실적 개선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상장폐지된 종목들 가운데 신규 사업이 수시로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월 시장에서 퇴출된 연예기획사 이매진아시아의 사업목적은 94개에 달했다. 엔터테인먼트라는 본업 외에도 자동차 폐차업부터 운송업 등 분야도 다양했다. 이매진아시아는 한국거래소로부터 '기업의 계속성 및 경영의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장폐지기준에 해당한다'는 사유로 상장폐지 됐다.

무리한 사업확장, 결국 '상폐' 부른다?…부흥꾼 조심해야

무리한 타법인 인수도 조심해야 한다. 2001년 설립된 퓨전데이타는 정보시스템 통합(SI)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였다. 그러나 2019년부터는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인수합병(M&A)에 몰두했다. 주요 투자기업은 에스엔케이글로벌, 다오요트, 바이오트리, 세미콘라이트 등이다. 본업인 IT 사업과는 별개 영역이다.

사업을 확장했음에도 실적은 갈수록 악화됐다. 2018년 연결기준 173억원이던 매출은 다음해 162억원으로 줄기 시작하더니 작년에는 139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심지어 올 1분기 개별기준 매출은 3억원(5100만원) 미만임이 확인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추가되는 등 지난달 시장에서 쫒겨났다.

공급계약 공시가 빈번하고 추후 정정 공시를 하는 기업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추후 슬며시 계약규모를 축소하거나 해지하는 정정공시를 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공급계약 규모를 부풀리는 등의 허위공시일 가능성이 높다. 일시적으로 주가를 부양하지만 결국 투자자 손해로 돌아오게 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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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최대주주의 변경이 너무 빈번하거나 외부 감사인이 의견을 거절하는 경우에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면서 "게다가 적자가 여러 해 동안 지속되는 경우에도 소액주주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 징후를 알아차리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실제로 상장폐지 종목들의 주주들은 "지금 되돌아보면 정상 경영이 어려운 기업이지만 그 때는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 당시 소액주주들이 상장폐지 사전 징후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은 '부흥꾼' 때문이다. 이들은 기업 상황과는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회사 방문했는데 무조건 대박날 것', '개미 털기용'이라고 떠들고 다니면서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부흥꾼들은 어느 시점이 되면 결국 수많은 피해를 낸 채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적당한 이득을 취한 뒤 '먹튀' 하고, 결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소액주주들이 남아 신세를 한탄한다.

최근 동학개미들로 불리는 소액주주들은 전문가 못지않게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주들은 투자 전에 회사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알아보지 않거나, 루머만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불법 주식 리딩방에 가입해 관리자 권유대로 묻지마식 투자에 나서며 피해를 더욱 키우기도 한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귀 기울이면 상장폐지라는 대형 사고가 터지기 전에 사전 징후를 포착할 수 있다. 지금도 일부 종목에선 상장폐지 사전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 마치 타이타닉호의 침몰 전 상황과 비슷하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