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01일(13:4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재입찰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달 25일 한 차례 입찰을 해서 높은 가격을 낸 중흥건설을 이미 우선협상대상자로 내정해 놓고 다시 입찰을 진행하는 대단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중흥건설이 '너무 비싸게는 살 수 없다'며 반발하자 가격을 낮춰주기 위한 요식행위로 재입찰을 실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DBI는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2일까지 제안서를 다시 받기로 했다. 지난달 25일 진행된 본입찰에서 중흥그룹은 2조3000억원, DS네트워크 컨소시엄은 1조8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흥그룹은 가격 측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여 우협으로 내정된 상태다.

그럼에도 재입찰을 진행하는 뒷배경에는 중흥건설의 거센 반발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중흥건설은 미래에셋을 자문사로 선임해 인수를 추진했다. 중흥건설은 막판 2조3000억원을 파격 베팅했다. 2조원 안팎 수준에서 승부가 판가름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경쟁사인 호반건설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소식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KDBI, 대우건설 매각 재입찰…가격 낮춰주려는 꼼수? [마켓인사이트]

뚜껑을 열어보니 호반은 불참하고, DS컨소시엄과의 가격 차이가 5000억원까지 벌어졌다. 5000억원은 중소형 건설사를 추가로 인수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금액이다. 지난해 매각 작업을 시도했던 두산건설 매각가가 3000억~4000억원 수준이었다. 이례적인 가격 차이에 중흥건설은 자문을 맡은 미래에셋 측에 거세게 항의했다는 후문이다. 중흥건설은 같은 호남 지역 기반 기업인 미래에셋을 믿고 올초부터 상의를 해왔다.

KDBI, 대우건설 매각 재입찰…가격 낮춰주려는 꼼수? [마켓인사이트]

그렇다고 중흥건설이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는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79·사진)이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강하게 인수를 추진해왔다.

KDBI 측에서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세부 조정은 가능하지만 이미 공식적으로 가격을 제출한 만큼 큰 틀에서는 조정이 쉽지 않다. 제시한 가격의 3% 이상 조정은 불가능하다는 조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본입찰 이후 KDBI와 중흥건설은 2조2000억원 수준까지 가격 조정을 협의했지만 중흥건설은 계속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중흥의 인수가격을 공식적으로 낮춰주기 위해 산은이 재입찰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DS컨소시엄이 재입찰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DS컨소시엄은 이날 모여 재입찰 참여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DS컨소시엄도 인수 의지가 강하지만 기존 가격보다 최소 2000억원 이상을 베팅해야하는 만큼 결정이 쉽지 않다. DS컨소시엄이 이번 본입찰에 제시한 1조8000억원은 인수전 초반에 제시했던 금액 그대로인 것으로 알려졌다. DS컨소시엄을 들러리 세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거래는 재입찰을 통해 최종 인수 가격이 낮아지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조3000억원보다 낮은 2조원 초반대 수준에서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공개경쟁입찰에서 재입찰을 하는 경우는 인수 후보자들이 제시한 가격이 비슷해 가격을 추가로 높이기 위해 한 번 더 베팅 기회를 준다. 이번에는 압도적 가격을 써낸 후보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입찰을 진행하는 특이한 케이스다.

산은은 이번 매각을 반드시 성사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매각 불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최종 인수 후보자에게 양해각서 체결 단계에서 이행보증금 500억원을 내게 하는 묘수도 짜냈지만 결국 또 다시 잡음을 내게 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전국민이 다 지켜보고 있으니 그냥 가격을 낮춰주기는 어렵고 어떻게든 매각을 하긴 해야하니 공식적으로 재입찰 절차를 밟는거 아니겠느냐"며 "전형적인 아마추어 행태"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