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맥쿼리인프라가 주주에게 신주 배정 물량의 두 배까지 청약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지난해 말 유상증자를 진행할 때처럼 파격적인 청약 한도를 앞세워 주주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천억 유증' 맥쿼리…주주들에게 파격 조건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맥쿼리인프라는 오는 8월로 예정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주주의 초과 청약 한도를 100%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주주가 배정받은 물량의 두 배까지 청약할 권리를 갖는다. 초과 청약한 주주는 다른 주주가 불참해 실권주가 발생하면 그중 일부를 추가로 받아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청약률이 50%에 그치고 주주 중 절반이 한도까지 청약하면 이들 모두가 배정받은 것보다 두 배 많은 신주를 획득할 수 있다.

맥쿼리인프라가 이렇게 유상증자 청약 한도를 크게 열어둘 수 있는 것은 자본시장법상 투·융자회사로 분류돼서다. 신주 배정 물량의 20%까지 초과 청약받을 수 있는 일반 기업과 다르게 투·융자회사는 주주의 유상증자 청약 한도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맥쿼리인프라는 이 같은 점을 활용해 지난해 말 유상증자(2442억원) 청약에서도 똑같은 조건을 앞세워 흥행에 성공했다. 당시 117%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파격적인 청약 조건은 이번 증자 과정에서 신주 가격이 시세와 별 차이가 없다는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할 전망이다. 맥쿼리인프라의 신주 발행 예정가격은 1만2250원으로, 이날 종가(1만2600원)보다 2.7% 낮은 수준이다. 시세보다 20% 이상 저렴한 신주 가격으로 주주의 시선을 끄는 일반 기업에 비해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은 편이다.

주주가 약간의 시세 차익과 배당 수익을 함께 얻는다는 점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판단하는지에 따라 유상증자의 흥행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주주는 증자에 참여해 받은 신주를 약 4개월간 보유하면 결산배당을 받을 수 있다. 국내 대표 배당주인 맥쿼리인프라는 유료 도로와 교량, 터널 등 인프라 자산에 투자해 거둔 수익을 1년에 두 차례씩 주주에게 배당하고 있다. 연 6% 안팎의 배당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다음달 도시가스업체 해양에너지와 서라벌도시가스 인수가 마무리되면 배당 여력이 더 강해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 회사에서 추가로 얻게 될 배당가능이익이 약 313억원”이라며 “이를 반영하면 맥쿼리인프라의 배당 총액이 당초 예상보다 11.4% 증가하고, 배당금 또한 현재보다 2.1%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올 들어 국내 증시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주요 배당주에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변화에 힘입어 맥쿼리인프라는 올 들어 18.3% 올랐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