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광풍이 불고 있지만 큰손들은 보유 물량을 대부분 털고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들이 고점에서 물량을 받아준 덕분에 일부 기관은 두배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6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웠던 스팩 광풍이 개미들 간 ‘폭탄 떠넘기기’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삼성머스트스팩 5호는 29.84%(상한가) 오른 1만1400원에 마감했다. 지난 17일 상장한 이 종목은 이날까지 ‘따상상상상(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 형성 뒤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공모가 대비 상승률은 470%에 달한다. 일반 주식과 달리 모든 스팩의 공모가는 2000원이다. 상장후 4거래일 동안 개인들이 총 20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삼성머스트스팩5호가 급등한 것은 최근 삼성스팩들이 잇달아 급등했기 때문이다. 삼성스팩4호가 6일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1만원을 돌파하자 5호스팩도 오를 것이란 기대가 생겼다. 비상장 기업을 인수할 목적으로 설립된 스팩은 합병 대상이 발표되기 전까지 주가가 거의 움직이지 않지만 최근에는 단순한 기대심리만으로 폭등하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암호화폐가 급락하고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하자 개인들이 스팩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주가가 급등하자 증권사, 운용사, 은행 등 큰손들은 대부분 보유물량을 처분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신영스팩5호 78만5896주를 4거래일 동안 평균단가 2483~4925원에 매도했다. 취득단가는 약 2000원이었다. SK4호스팩도 평단 2501~3522원에 전량을 매도했다.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이베스트투자증권, 코어자산운용 등 다른 기관들도 보유스팩을 처분해 최소 20%에서 많게는 두배까지 수익을 올렸다. 기관들이 떠난 종목들은 대부분 급락했다. 스팩시장이 개미들간 폭탄 넘기기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기관들이 최근 팔아치운 스팩들은 한때 2~3배 급등했으나 현재 2000원초반대로 떨어졌다.

스팩 거품은 결국 꺼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스팩은 주가가 오르면 합병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스팩과 기업은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정하는데, 스팩의 시총이 높으면 기업 입장에서 지분율이 희석된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2000원을 기준으로 합병하는 스팩은 주가가 2300원만 넘어도 합병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스팩 투자를 피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적극 활용할 것을 조언한다. 공모가로만 사면 리스크가 없기 때문이다. 스팩은 3년 내에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할 경우 주주에게 원금(2000원)과 3년치 이자를 제공한다. 합병 대상을 찾아 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실현하면 된다. 공모금의 90% 이상이 금융기관에 예치되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