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코스피지수가 1%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주 미국 중앙은행(Fed)이 조기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달러 가치가 급등했다. 강(强)달러 기조에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을 기피하면서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한국 증시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21일 코스피지수는 0.83% 하락한 3240.79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9000억원, 코스피200 선물 66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6개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8일(현지시간) 92.20까지 올랐다. 지난 한 주간 2% 가까이 뛰면서 1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주간상승률을 기록했다. 달러 강세는 위험 자산 기피로 이어져 신흥국 증시에 악재다.

기관투자가도 1조8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특히 연기금이 2300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개인이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3조원어치 순매수한 5월 12일 이후 최대 규모인 1조98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삼성전자가 0.75% 하락한 것을 비롯해 SK하이닉스(-2.01%) 현대차(-0.85%), 포스코(-1.32%)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상당수가 조정받았다. 지난 한 주간 주가가 오른 플랫폼 기업은 이날 변동성이 컸다. 카카오는 보합, 네이버는 0.25%, 하이브는 1.60% 하락한 채 마감했다. 반면 가치주면서 성장주이기도 한 종목이 올랐다. LG전자는 이날 2.23% 상승하며 16만원 선을 다시 돌파했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8배에 불과해 전기차 시장의 구조적 성장에 올라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금리 인상기에 밸류에이션 부담이 없으면서 구조적 성장이 가능한 종목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Fed가 갑작스런 긴축 신호를 보내면서 뉴욕 증시도 큰 폭의 조정을 겪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강하기 때문에 Fed가 기어를 바꿔야 하는데, 이는 증시에 역풍이 되고 있다”며 “10∼20%의 조정을 촉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주가가 고평가돼 있어 (조정이 발생해도) 과거와 달리 빠른 회복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조정폭을 만회하는 데 1년가량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지난 한 주 동안 3.45% 내려 작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S&P500지수도 같은 기간 1.91% 떨어졌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