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기업 가치 평가하는데 디즈니에 비교했다고?

올해 기업공개(IPO) 대어로 손꼽히는 크래프톤이 16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본격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를 35조735억원으로 산정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놓고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크래프톤은 이날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주당 평가가액을 67만7539원으로 산정했다. 이를 근거로 한 희망 공모가액 밴드는 45만8000원에서 55만7000원이다.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크래트톤의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총 7개의 비교 대상 기업을 선정했다. 해당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식이다.

그렇게 7개 기업의 평균 PER인 45.2배를 적용해 35조원의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하지만 비교 대상 기업을 놓고 증권업계에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월트 디즈니와 워너 뮤직 그룹을 비교 대상 기업으로 넣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산정한 월트 디즈니의 PER은 88.8배에 달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향후 콘텐츠 확장에 나서기 때문에 비교 대상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디즈니가 최근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인정받는 것은,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의 약진과 테마파크 재개장 기대 덕분이다. PER이 38.1배인 워너 뮤직 그룹도 음반 매출이 85%가 넘는 회사다. 크래프톤의 사업구조와는 전혀 다르다. 한 증권사 기업공개 담당 임원은 "콘텐츠 확장 가능성만을 놓고 전혀 다른 사업구조의 회사를 두개나 비교 대상에 넣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짜낸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즈니를 넣으면서 정작 PER이 12배에 불과했던 넥슨은 비교 대상에서 제외했다. 비교 대상 후보군 중 가장 높은 것(일렉트로닉 아츠 133배)과 가장 낮은 것을 뺐다는 게 주관사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를 놓고도 IPO 업계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PER이 낮은 넥슨을 빼기 위해 비교 후보군을 정했을 것"이라는 의심의 시각이 많다.

만일 디즈니와 워너 뮤직 그룹을 제외하고 넥슨을 넣었다면 총 6개 비교 기업군의 평균 PER은 33.5배까지 떨어진다. 이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25조9960억원으로 주관사측 계산과 10조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비교 대상 기업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10조원의 기업가치를 올려잡았단 얘기다.

순이익 산출 방식 자체를 놓고도 논란이다. PER은 시가총액을 한 사업연도의 지배주주순이익으로 나눈 숫자다. 크래프톤은 올 1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이 1940억원이었다. 주관사측은 이 숫자에 4를 곱해 1년치 지배주주순이익을 산정했다. 7760억원이다.

하지만 올초는 코로나19로 게임 업황이 좋았던 시기다. 과거 넷마블 상장시 주관사가 "PER은 게임의 흥행정도에 따라 기간별 이익 규모의 변동성이 큰 게임산업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지난해 크래프톤의 지배주주순이익은 5562억원이다. 올해 지배주주순이익 성장률이 39.5%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근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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