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ESG에 돈 쏟아붓는 기업 느는데…수익성은 '의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확산으로 탄소 배출량이 많은 에너지, 자동차 등 관련 기업들이 신규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저탄소 전환을 위한 것이다. 막대한 투자 규모에 비해 장기 수익성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런 흐름이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기업들은 투자자, 의회, 규제당국으로부터 점점 더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며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시설과 제품에 투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틸리티 업체들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다. 엑셀에너지는 현재 운영 중인 14개의 석탄 공장 중 12개를 폐쇄하고 2개는 2040년까지 천연가스 공장으로 바꿀 계획이다. 엑셀에너지의 브라이언 반 아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 100억달러를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센터포인트에너지는 오는 2023년까지 석탄설비 3곳 중 2곳을 단계적으로 퇴출시킬 계획이다. 이 회사의 제이슨 웰스 CFO는 “태양광 발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투자 관련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고객에게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자동차 회사들도 친환경 기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향후 5년간 270억달러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생산에 투자하기로 했다. 포드는 2025년까지 전기차에 300억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 지난달 밝혔다. 지난 2월 발표(220억달러)보다 36.7%가량 불어난 액수다.

담배회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은 ESG 경영의 일환으로 ‘비연소 제품’을 확대한다. 비연소 제품의 매출은 지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해 이 회사 전체 매출(76억 달러)의 28%를 차지했다. 필립모리스는 2025년까지 비연소 제품의 순이익 비중을 50%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ESG에 대한 정책 당국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전기차 충전소 확충,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 등을 약속했다. 지난 2월엔 앨리슨 헤렌 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직무대행이 기후 변화에 대한 상장기업의 공시 의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주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했다.

ESG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들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은 녹색 에너지 전환에 소극적인 석유·가스회사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이들 중에는 쉐브론과 엑슨모빌도 포함됐다.

엑슨모빌은 지난달 이사회의 25%(12명 중 3명)를 ESG를 내세운 행동주의 헤지펀드 '엔진 1'에 내줬다. 모건스탠리는 “이런 일이 미국에서 가장 큰 에너지 회사에서 일어났다는 걸 보면 어떤 상장사도 ESG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ESG 투자의 수익률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ESG 투자는 장기간 막대한 비용을 쏟아야 하지만 수익률을 계량화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투자 이후에 새로운 규제가 추가되거나, 소비자들의 선호가 변화하는 것도 문제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그레그 레모스스타인 최고분석책임자는 “ESG 투자가 수익을 창출하는 데는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서형교 인턴·김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