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를 편애하던 서학개미들이 변했다. 금리 상승 전망 등에 성장주 신화가 흔들리자 경제 재개주나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투자 방향을 틀었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7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매수한 해외 주식은 에어비앤비(순매수 결제액·3437만달러)였다. 2위는 애플(3288만달러), 3위는 테슬라(2590만달러)였다. 경제 재개에 대한 베팅으로 에어비앤비를 대거 매수한 반면 테슬라를 향한 기대감은 옅어졌다.

국내 투자자의 성장주 매수 강도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 1~4월만 해도 테슬라는 매달 한국인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해외 주식에 이름을 올렸으나 5월엔 2위로 내려앉았고(1위는 아마존), 이달은 3위를 기록 중이다. 성장주 대표 격인 ARK이노베이션 ETF(ARKK)도 1~2월 해외 주식 순매수 5위를 기록했으나 3월 이후론 순매수 상위 20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4월 이후에도 코인베이스나 스팩주인 처칠캐피털의 이름이 순매수 상위권에 올라오긴 했지만,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절반 가까이를 성장주가 차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국내 투자자의 성장주 선호가 약해지고 있는 것은 시장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로 성장주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는 1월 말 9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3월 초엔 600달러 밑으로 내려앉았고 현재는 605달러를 유지 중이다. ARKK 역시 2월 초 159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112달러 선에 머물러 있다.

성장주가 사라진 자리는 경재 재개주가 대신하고 있다. 5월 순매수 5위는 에어비앤비(3779만달러)였고, 6위는 보잉(3071만달러)이었다.

더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5월 이후 나스닥지수나 S&P500지수와 같은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5월 순매수 결제액 3위는 나스닥지수를 따르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5035만달러)였고, 4위는 SPDR S&P500 ETF(4417만달러)였다. 아이셰어즈 코어 S&P500 ETF(13위), 뱅가드 S&P500 ETF(15위), 뱅가드 토털 월드 스톡 인덱스 ETF(16위)도 순매수 상위권에 올랐다. 특정 업종이나 종목에 베팅하기엔 위험하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대표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피신한 것으로 보인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