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체력 강해져…증시 더 오를 여지 충분하다"
7일 코스피지수가 3252.12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시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테이퍼링)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하루 걸러 주도주가 바뀌는 장세도 투자자를 괴롭게 하는 요소다. 한국경제신문이 투자자에게 힌트가 될 수 있을 만한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를 마련했다.

박선영 스팍스자산운용 운용본부장(CIO·41)은 국내 투자자보다 해외 투자자 사이에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북유럽 국가의 연기금 등 해외 자금을 굴리면서 이름을 알렸다.

일본에서 판매 중인 60억원 규모의 ‘한국엄선투자펀드’도 맡아 운용하고 있다. 일관된 투자 원칙과 꾸준한 성과로 해외 투자자의 마음을 샀다.

그는 요즘처럼 순환매가 빠르게 이뤄지는 시기엔 기업 본질 가치에 더 집중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정보의 유통이 빠르기 때문에 패션(유행)을 따라가는 매매로는 초과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나 그린뉴딜과 같이 커다란 트렌드를 꾸준히 따라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스팍스운용 본사에서 박 본부장을 만났다.

거대한 트렌드를 타라…그린·IT에 주목

금리 상승 전망, 반도체 부족, 주도주의 빠른 교체 등 시장의 부침이 심하지만 박 본부장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늘 어떤 종목이 오르던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종목에 장기 투자하는 게 그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수익률로 이어졌다. 지난해 박 본부장이 운용하는 스팍스성장파워펀드의 연간 수익률은 53.34%로, 코스피지수 상승률(30.75%)을 크게 웃돌았다. 일본에서 출시한 펀드(한국엄선투자펀드)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용되는데, 작년 59.68%의 수익률을 올렸다. 일본에 출시된 전체 아시아 펀드 중 수익률 3위였다.

그가 주목하는 트렌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그린뉴딜이다. 유행을 따른 것이 아니다. 그는 2017년 더존비즈온, 2019년 초 씨에스윈드를 사기 시작했다. 지금도 보유 중이다. 그는 시가총액이 적은 종목이라도 확신이 들면 많이 산다. 현재 두 종목이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위·3위다.

박 본부장은 “풍력은 유럽과 미국에서 호황기에 접어들었고, 곧 글로벌 트렌드가 될 것이라 생각해 투자를 시작했고 지난해 각국 정부의 투자와 맞물리면서 주가가 급등했다”며 “정보기술(IT) 역시 문재인 정부가 취임 직후부터 강조한 분야로, 코로나를 만나 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IT와 그린 관련주 주가가 주춤한 것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 금리가 오를 것이란 우려에 성장주가 타격받았지만, 저금리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란 이유였다. 박 본부장은 “각국 정부가 경제를 재건하려면 투자를 활성화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당장 금리가 오를 순 있지만 일시적이며 IT와 그린이 이끄는 트렌드는 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본부장은 정보 유통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큰 트렌드를 포착할 수 있는 안목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기업설명회(IR)도 유튜브 생중계로 해서 개인이나 기관이나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같아졌다”며 “그런 시대에 패션을 따라 투자한다는 건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것에 투자한다는 의미로 추가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보다 한 발 먼저 움직여 남이 못 본 것을 찾아야 하므로 독립적인 사고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7년 시멘트주를 대거 사들여 큰 수익을 낸 것을 사례로 들었다. 시멘트 기업 간 인수합병(M&A)으로 플레이어가 줄어들어 이익이 늘어날 것에 착안한 매매였다. 다른 사람은 구조적으로 시멘트 내수 시장이 좁아질 것이라며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박 본부장은 구조적 변화에 베팅했다.

한국 증시 재평가 이뤄질 것

박 본부장은 코스피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더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본부장은 “한국은 자동차, 반도체, 조선, IT, 의약품 위탁생산(CMO) 등 필수적인 산업을 다 가진 몇 안 되는 국가”라며 “한국 회사들이 이제까진 좁은 내수 시장 안에 머물렀다면 앞으론 세계 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에게 돈을 맡기는 해외 투자자도 한국 증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박 본부장은 “해외 투자자와 만나보면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가장 큰 불안 요소로 꼽는다”며 “이제는 기업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신경 쓰기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한국 증시의 재평가도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박 본부장은 “국내외 투자자는 한국 산업 체력이 구조적으로 얼마나 강해지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관성적인 매매를 하고 있다”며 “지금은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낮지만 산업 경쟁력으로 보면 충분히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만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종목을 가려내는 실력이 중요해지는 시대라고 덧붙였다. 박 본부장은 “전기차 배터리만 해도 중국산 배터리가 경쟁우위를 갖게 된 것처럼 어떤 기술은 굉장히 빨리 경쟁력을 잃는 시대”라며 “반도체처럼 제조공정이 훨씬 복잡하거나 플랫폼 효과를 통해 경쟁우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사업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