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SM상선은 이달 초 IPO 계획을 밝히면서 성장전략 중 하나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꼽았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로 ‘환경 경쟁력’이 해운산업의 핵심 요소로 떠올라서다.

6일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ESG투자가 확대되면서 IPO 시장에서 ESG를 차별화 전략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자사 사업구조가 ESG 흐름에 걸맞는다며 기업가치 띄우기에 나서는 것이다.

SK건설에서 사명을 바꾸고 친환경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가 대표적 사례다. 안재현 SK에코플랜트 사장은 지난달 24일 사내 인트라넷에 게시된 ‘딥 체인지 스토리(Deep Change Story)’를 통해 10조원 규모의 IPO 계획을 발표하며 친환경 기업으로의 전환 등 ESG경영을 강조했다. 안 사장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연결 리더십을 발휘해 ESG를 선도하는 아시아 대표 환경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임팩트 있는 솔루션을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

IPO는 친환경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IPO를 통해 1조원을 마련해 친환경 미래사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저탄소 시대에 대비한 친환경 미래 선박 및 건조기술 개발, 친환경 생산설비 구축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투자금은 올해 약 20% 규모의 신주 발행 형식으로 IPO를 추진해 조달한다. 오랜기간 침체기를 겪은 조선업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ESG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ESG는 주요한 IPO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스웨덴 귀리우유 회사 오틀리는 희망 공모 밴드(15~17달러)의 최상단인 17달러로 가격이 결정됐다. 업계에서는 IPO 자료를 통해 지속가능 식품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게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2019년 식물성 대체육류를 생산하는 비욘드 미트도 지속가능성 제고, 동물복지 등을 앞세워 희망 공모가 밴드 최상단인 21달러보다 더 높은 25달러로 가격이 결정됐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도 IPO 시장이 활성화 될수록 ESG를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기업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반대로 ESG 이슈 때문에 상장 추진 과정에서 발목이 잡힌 기업들도 있다. 미국의 사무실 공유 플랫폼 위워크는 2019년 8월 IPO를 신청했지만 수익성 문제에다 창업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IPO를 포기했다.

국내에서는 교촌에프앤비가 2018년 3월 상장을 공식화했다가 권원강 당시 회장의 6촌 동생인 권 모 상무가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IPO 시장에서 ESG에 대한 관심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기업 이사진에 최소 한 명의 소수자를 포함하지 않을 경우 IPO 업무를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성별이나 인종 등에서 다양성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