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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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에서 공매도 거래가 부분적으로 재개된지 한달여가 지났다. 증시에 큰 영향이 없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공매도 제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공매도 거래를 쉰 1년 2개월동안 금융당국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며 개선해 내놓은 제도 역시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당국과 증권업계는 재개된 공매도가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안착했다고 평가한다.

여전히 기관·외국인 공매도 거래 비중 98% 이상

“하나도 바뀐 게 없더라”, “여전히 외인, 기관의 공매도 비중이 98% 이상”, “국가가 나서서 외국인들과 기관들 돈벌이 해주는 제도”

공매도 거래가 부분 재개된 뒤 관련 이슈를 전한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 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문제는 현행 공매도 제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다며 금융당국이 개선한 제도라는 점이다.

지난달 3일 공매도 부분 재개에 앞서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 및 형벌 도입 ▲증권사·거래소 이중의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 구축 ▲개인 대주제도 전면 개편 ▲시장 조성자의 공매도 규모를 절반 이하로 축소 등 제도를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지난 1일 키움증권에서 공매도 증권사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지난 1일 키움증권에서 공매도 증권사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개선된 제도가 시행된지 한달.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공매도 제도 개혁을 위한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연구 및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들이 현재의 공매도 거래도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건 매매주체별 거래 비중에서도 드러난다. 여전히 공매도 거래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거래가 부분 재개된 지난달 3일부터 이달 3일까지 22거래일 동안 코스피에서 외국인, 기관, 개인은 각각 10조3559억원, 1조6760억원, 1874억원 규모의 공매도 거래를 했다. 전체 거래대금 12조2196억원와 비교하면 각각 84.75%, 13.72%, 1.53%를 차지한다. 외국인과 기관의 비중이 98.48%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한 증시 영향이 본격화되기 전인 작년 1월 2일부터 2월 4일까지 22거래일동안의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은 9조890억원이었고, 거래 비중은 외국인 47.43%, 기관 51.71%, 개인 0.86%였다. 외국인과 기관의 비중은 99.14%다.

지난달 3일 공매도 부분 재개에 앞서 금융당국은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개인을 대상으로 한 대주 규모를 기존 4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늘렸다고 강조했다. 대주 규모는 60배가 늘었지만, 개인이 공매도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배도 늘지 못했다.

개인 “외국인·기관, 대주 돌려막기로 기간 제한 없이 공매도”

개인은 이익을 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다. 때문에 적극적으로 공매도에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공매도 거래는 상당히 위험하다. 이익 규모는 대상 기업의 파산을 가정해도 공매도 거래금액으로 한정되지만, 이론상 최대 손실 규모는 주가가 오르는 대로 무제한이다.

이 같은 위험에도 외국인이 지난 한 달 동안 대규모 공매도 거래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가 대주의 ‘돌려막기’가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개인투자자들은 성토한다.
/표=한국거래소
/표=한국거래소
실제 기관·외국인이 공매도를 위한 주식을 빌릴 때의 상환 기간에 대한 규정은 현재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대여자가 주식 반환을 요청하면 기관·외국인은 바로 주식을 갚아야 하고, 개인은 60일의 주식 대여 기간을 보장받는 보호를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실무에서 기관·외국인은 주식 반환 요청을 받아도 바로 다른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또 빌리는 방식으로 공매도 포지션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예상이 빗나가 공매도한 종목이 상승하더라도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주가가 조정을 받아 언젠가는 수익을 챙길 수 있다고 개인투자자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증권업계 “같은 조건 적용으론 공매도 유지 어려워”

이에 외국인·기관도 빌린 주식의 상환 기간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금융당국은 외국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이 외국인·기관의 대주 상환 기간에 제한을 두는 방안을 다른 나라보다 먼저 시행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물었지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말을 아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관·외국인의 공매도 대주 상환기간에 제한을 두면, 두 거래 주체는 공매도 거래를 할 이유가 없어진다. 결국 공매도 제도를 폐지하라는 말”이라며 “증시가 선진화된 국가들 대부분에서 시행되는 공매도를 한국 증시에서 할 수 없으면 결국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이는 우리 증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아예 공매도 거래를 폐지하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마당에 정부 측에서 이런 설명을 공식적으로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기관·외국인이 공매도 거래에 있어 특혜를 받고 있다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장은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기관들만 대주를 무기한으로 돌려막을 수 있다는 불만에 대해 “공매도 이후 해당 종목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이 들어오고, 증거금을 채우지 못하면 결국 반대매매가 이뤄진다”며 “개인과 기관·외국인의 신용도가 다른데 거래 조건을 똑같이 맞추는 것도 정당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공매도 재개, 원활히 안착"

금융당국은 공매도 거래가 재개된 뒤 원활히 안착했다고 평가했다. 주가지수, 공매도 거래대금, 변동성 지수 등 계량지표가 정상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시장 불안 심리나 이상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새로 구축한 불법 공매도 거래에 대한 감시 체계를 활용해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한국거래소는 매매양태 자체 분석을 통해 약 300여건의 점검 대상을 선정해 불법공매도 여부나 업틱룰 위반 등을 심층점검했으며, 감리 후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되면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 통보할 계획이다.
"14개월 동안 뭐 했나"…'기울어진 운동장'만 확인한 한 달 [공매도 재개 후㊦]
당국은 외국인이 공매도 거래 비중이 크게 증가한 데 대해서는 "롱숏전략에 따른 매수·매도 확대 등에 기인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롱숏전략은 매수와 매도를 동시에 활용해 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을 말한다.

개인의 공매도 거래 비중이 여전히 미미한 데 대해서는, 증가율로는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끝)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