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운영사 컬리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2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추가로 받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종전의 두 배 수준인 2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신규 투자자를 찾지 못한 채 투자유치를 종료하면서, 몸값이 너무 오른 탓에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최근 다수 기관투자가로부터 2200억~2300억원 수준의 투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달 초 투자 라운드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성격의 이번 투자에서는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하지 않고 DST글로벌, 세콰이어캐피탈, 아스펙스캐피탈 등 기존 주주가 대거 팔로온(후속 투자)을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투자가 마무리되면 컬리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반열에 오른다. 컬리는 이번 투자 유치 과정에서 2조~2조4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4월 2000억원을 투자받을 때 몸값이 약 9000억~1조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사이에 몸값이 최소 두 배 넘게 뛴 셈이다.

다만 ‘제2의 쿠팡’을 노리는 컬리의 가능성에 대해 예전보다 회의적인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해마다 적자 폭이 커지고, 이에 따라 몸값 ‘고평가’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컬리는 지난해 116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9년(1013억원)보다 100억원 이상 손실이 늘었다. 설립 이후 누적 적자는 2700억원에 달한다.

IB업계 일각에서는 IPO를 앞둔 컬리가 의도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투자를 유치했다고 보고 있다. 상장 시 주가 고평가 논란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기존 주주들을 상대로 추가 투자를 받아 몸값을 ‘정당화’했다는 것이다. 투자자로서도 향후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해 몸값을 최대한 띄우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김종우/차준호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