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부터 만들고 오세요"
청약 당일에는 신규 계좌 개설 제한까지
청약 자격 변경됐지만…당분간 열풍 계속될 듯
증권사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공모주 청약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한경DB

증권사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공모주 청약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한경DB

"공모주 청약일에는 다른 업무가 마비될 정도입니다", "고객들이 오시는 건 좋지만, 청약업무 전에 계좌개설부터 도와드리다보면 대기시간이 늘어나서 다른 고객들 불만도 커집니다"….

앞으로 공모주 청약에 나서는 투자자들은 계좌 개설을 미리 해둬야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청약일 전에 증권 계좌를 개설한 투자자들에게만 공모주 청약 자격을 부여할 예정이다. 공모주 청약 광풍에 증권사들이 업무 효율성을 위한 대책이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공모주 청약 시즌에는 창구가 북새통을 이뤘다. 공모주 청약접수와 함께 신규로 계좌를 개설하려는 투자자까지 몰렸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이번 조치로 청약일 당일에 업무차질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약일에 고객 너무 몰려…공모주 청약 자격 손보는 증권사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다음달 1일부터 공모주 청약자격을 변경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청약기간동안 계좌를 개설한 고객들에게도 청약자격이 주어졌다. 앞으로는 청약 첫날의 전일까지 계좌를 개설한 고객만 청약이 가능하도록 바꿀 예정이다. 청약기간 내 영업점 창구에서 계좌개설 후 청약도 불가하다. 대신 청약일 종일까지 비대면, 은행제휴 계좌개설 후에는 청약이 가능하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청약일에 계좌 개설을 하려는 고객들이 너무 몰려 영업점에서 일반 업무를 보는 고객들에게 불편함이 발생해 불만이 속출했다"며 "미리 계좌 개설을 한 사람만 공모주 청약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대면 신규 계좌개설은 청약 당일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공모주 청약을 위해 증권사를 찾았다가 대기중에  계좌를 만들고 있다. / 사진=한경DB

투자자들이 공모주 청약을 위해 증권사를 찾았다가 대기중에 계좌를 만들고 있다. / 사진=한경DB

이미 많은 증권사들이 청약일 당일에 영업점을 방문해 신규 계좌 개설이 불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삼성·NH투자·교보·대신증권(17,900 -2.98%) 등은 청약일 직전까지 계좌 개설을 완료해야 공모주 청약이 가능하다.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8,930 -1.87%)도 공모주 청약 시 신규 계좌개설에 제한을 뒀다. KB증권은 지난달 19일부터 청약 개시일 직전일까지 계좌를 보유한 고객만 공모주 청약이 가능했다. 대면, 비대면 모두 청약일 직전까지만 신규로 계좌 개설을 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부터 공모주 청약 시 비대면은 당일에도 가능하지만 대면은 전날까지 계좌 개설을 완료한 사람만 참여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변경했다.

DB금융투자(6,800 -1.88%)는 공모주 청약에 있어 계좌개설에 대한 기준은 따로 없지만 향후에는 다른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청약일 당일에는 신규 계좌 개설이 안 되도록 제한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공모주 청약 시 신규 계좌 개설에 제한을 두는 이유는 청약일 당일에 계좌 개설을 하려는 고객들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부작용이 발생해서다. 기존 증권사 고객들의 업무가 불가능한데다 시스템이 다운되기도 한다. 실제로 공모주 청약 시즌마다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영업점 상담창구의 일반 업무가 거의 마비 수준이라는 전언이다.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에 시스템 과부하가 걸리는 등 문제점이 수시로 발생했다.
공모주 청약 열기 뜨거워…중복청약 금지 '변수'되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모주 청약 열기가 이를 더 부채질했다. 하이브(289,500 -2.53%)(구 빅히트), SK바이오팜(119,000 -1.24%), 카카오게임즈(89,100 -4.81%) 등 '초대어' 기업들이 잇따라 증시에 입성한 영향이 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IPO 기업(스팩·리츠·코넥스 신규 상장·재상장 제외)은 총 70곳으로 전년(73곳)보다 소폭 줄었다. 반면 공모 규모는 3조2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40.6% 증가했다.

일반 투자자들의 공모주 청약 경쟁 과열 양상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SK바이오사이언스(170,500 -0.29%) 일반 공모주 청약에는 63조6000억원, 지난달 SK아이이테크놀로지(225,500 +0.22%)(SKIET) 청약에는 무려 80조9017억원이 몰렸다.

증권사 "업무 마비" 하소연…공모주 청약 자격 손본다

최근에는 공모주 청약 제도가 소액 투자자에게 너무 불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자 금융 당국은 제도를 바꿨다. 공모주 물량의 절반은 청약을 신청한 계좌(1인당 1계좌) 수로 나눠 균등 배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여러 증권사 계좌를 활용해 청약에 나서는 투자자들의 영향으로 신규 계좌 개설 수요가 더욱 급증했다. 예전처럼 자금을 최대한 끌어와 청약에 참여하기보다는 가족 명의의 계좌를 총동원해 청약에 참여하는 것이 더 유리해진 셈이다.

당분간 공모주 청약 열기는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어급 IPO로 꼽히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크래프톤 등이 상장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높이고 있어서다.

다만 다음달 20일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기업은 증권사별 공모주 중복청약이 금지되는 것은 공모주 청약 열기 지속 여부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나승두 SK증권(973 0.00%) 연구원은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수단으로 공모 청약이 활용되고 있어 열기는 이어지겠지만 지금과 같은 광풍 분위기는 다소 주춤할 것"이라며 "6월 말부터 시행될 중복청약 금지까지 더해 시장 분위기는 많이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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