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두산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안을 발표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3조원에 달하는 구조조정을 거치면 회사가 빈껍데기만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두산타워(8000억원), 두산솔루스(6986억원), 모트롤BG(4530억원) 등 팔 수 있는 건 다 팔았다.

1년 후. 두산그룹주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구조조정 효과에 업황 회복과 신사업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그룹 전체 시가총액도 올해만 5조원 이상 늘어나며 2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어려움에 처했던 두산의 재기에 주식시장은 ‘매수’로 답하고 있다는 평가다.
팔건 판 두산, '3박자 호재' 힘입어 시총 20조 돌파

전 계열사가 이끄는 상승세

지난 28일 두산그룹주 전체의 시총은 20조2058억원을 기록하며 20조원을 넘어섰다. 연초 14조8955억원이던 시총이 6개월 만에 35% 이상 증가한 것. 이날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가 각각 6.25%, 5.53% 급등하며 시총 증가에 기여했다.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오던 두산그룹주는 최근 급등세로 전환했다. 구조조정 효과에 개별 기업의 호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지주사인 두산이 가장 눈에 띈다. 이달에만 37.0% 올랐다. 같은 기간 두산중공업은 28.0%, 두산인프라코어는 14.8% 상승했다. 두산밥캣은 10.8% 올랐다.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날 모두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두산밥캣은 최근 5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최근 주가가 하락세인 계열사는 두산퓨얼셀이 유일하다. 하지만 두산퓨얼셀도 작년 초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급등했다.

중공업, 원전사업 부활하나

최근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계열사는 두산중공업이다.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21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원전사업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해외 원전사업 공동 진출 등 원전 분야에서 다수의 협력안에 합의했다.

정상회담은 두산중공업에 큰 호재가 됐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로 제작뿐 아니라 해체사업도 할 수 있는 세계적인 원전 회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탄소중립 실현 방안으로 내놓은 초소형 원전 분야에서 두산중공업이 경쟁력 있다는 점도 부각됐다. 핵심 계열사인 두산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도 경기 회복의 흐름에 올라탔다. 글로벌 소형 건설장비 1위인 두산밥캣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71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9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건설기계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도 영업이익이 2954억원으로 63% 늘어났다.

단순히 업황만 회복된 게 아니다. 신사업이 주목받으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됐다. 지주사인 두산의 경우 신사업 담당 자회사인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물류솔루션), 두산로보틱스(로봇),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드론용 연료전지) 등이 올해 본격적으로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가파른 상승에 공매도 급증

증권가에서는 향후 전망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업황 회복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구조조정 마무리로 유동성 리스크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근거다. 구조조정은 건설기계와 엔진을 생산하는 두산인프라코어 사업부문을 오는 7월 분할해 현대중공업지주에 매각하면 사실상 마무리된다.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에 집중된 신사업이 추가 상승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그룹이 집중하는 수소사업은 신사업 중에서도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분야다.

다만 주가가 단기간 급등한 점은 부담이다. 대부분의 그룹주가 목표주가에 근접하면서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두산은 평균 목표가가 8만7333원인데 현 주가는 8만6700원(28일 종가)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는 1만2400원으로 목표가(1만1883원)를 넘어섰다.

공매도도 증가하고 있다. 28일 두산중공업 공매도 거래대금은 172억5000만원으로 전체 유가증권시장 종목 가운데 3위에 올랐다. 두산인프라코어 공매도 거래대금도 85억원으로 12위를 기록했다. 두산퓨얼셀은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36억원) 거래 비중이 15.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