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도 가능"…호텔신라, 코로나19 이전 뛰어넘는다
증권가에서 목표주가는 1년후의 실적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기대가 클 경우 2~3년, 길면 10년 후의 실적을 예상해 주가가 형성되기도 한다. 미래의 실적을 ‘영끌’한 테슬라가 대표적 사례다. 최근 단기 목표가가 의미 없어진 종목으로 호텔신라가 꼽힌다. 여행재개, 체질개선, 보복소비가 겹치면서 회복을 넘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돼서다.

◆올해 주가 18% 상승

28일 호텔신라는 0.31% 오른 9만7400원에 마감했다. 올해들어 주가가 18% 올랐다. 코로나19백신 접종을 계기로 여행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다만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은 회복하지 못했다. 작년초 호텔신라의 고점은 10만8500원이다.

호텔신라의 12개월 목표주가는 10만8938원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목표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호텔신라의 실적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회복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올해 영업이익은 1304억원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23년에는 322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인 2959억원(2019년)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후년 영업이익이 4000억원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12개월 목표가의 틀에 갇혀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백화점 팔고 면세점 사라”

근거는 여러가지다. 우선 백화점에 집중됐던 보복소비가 면세점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여권 도입을 통해 이르면 올해 해외여행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 소매판매 시장 규모는 370조원인데, 이중 50조원이 해외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들이 연초이후 기록하는 초호황을 면세점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호텔신라는 신세계 등 다른 면세 사업자와 달리 면세점 비중이 매출의 90%에 달한다.

단순히 여행만 재개되는 것이 아니다. 수익성을 갉아먹던 인천공항점 실적이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인천공항 임차료 부담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2019년 인천공항점은 15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2022년에는 10억원 영업흑자가 예상된다.

임대료 재계약 하더라도 부담이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지점이 본궤도에 오른 상태에서 인천공항에 무리하게 입점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호텔신라는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마카오 국제공항 등 5개의 해외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코로나19 직전 개장했던 곳으로 내년부터 ‘풀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따이공 불확실성 해소?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공’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드보복조치의 충격이 줄어든 가운데 개별 여행객이 증가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발 불확실성은 호텔신라의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핵심 요인이었다.

중국 면세점발 우려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중국 면세점이 성장하면서 따이공 수요를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국내 면세점들의 경쟁력 저하를 논하기 아직 이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면세점들의 ‘바잉파워’를 중국 면세점들이 아직 따라가고 있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바잉파워를 대변하는 상품 가격, 카테고리 다양성, 재고 측면에서 아직 한국 면세점을 못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각지에 지점을 보유한 국내 면세점의 글로벌 경쟁력이 유지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 연구원은 “글로벌 여행이 재개되면 중국 하이난으로 이동했던 면세 수요가 다시 서울로 옮겨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