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기업과 합병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의 주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합병 호재가 없는데도 상장 직후 나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스팩도 등장했다. 3년 전과 같은 스팩 열풍이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인세력 들어왔나…'새내기' 스팩 수직상승 미스터리
27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날 삼성스팩4호는 전일 대비 29.87% 오른 6000원에 장을 마쳤다. 주가는 개장 1시간30분 만에 상한가로 직행했고 이후 약 70만 주의 매수 대기 물량이 몰리면서 ‘품절주’가 됐다. 지난 24일부터 나흘 연속 상한가 행진이다. 21일 상장한 이 스팩은 5거래일 만에 주가가 3배로 뛰었다. 강세를 보인 것은 삼성스팩4호뿐만이 아니다. 이날 유진스팩6호와 하이제6호스팩도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다. 유진스팩6호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상한가다.

특이한 점은 이들 모두 상장한 지 얼마 안 된 신생 스팩이라는 것이다. 하이제6호스팩은 지난 10일, 유진스팩6호는 지난달 8일 상장했다. 합병 기업을 선정하기에는 이른 시기다. 일반적으로 스팩은 상장 후 1년 뒤부터 청산 기한인 3년 내 합병 대상을 물색한다. 단일가 2000원에 상장한 뒤 주가 변화가 거의 없다가 합병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오른다. 지난 25일 메타버스 관련 기업 엔피와 합병을 발표하면서 상한가를 기록한 삼성스팩2호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최근에는 특별한 호재가 없는 신생 스팩까지 주가가 급등하면서 이상과열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증권가는 증시 과열 시기마다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로 해석하고 있다. 2019년 5월 상장한 한화에스비아이스팩은 상장 직후 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주가가 최고 9750원까지 치솟았다. 2015년 4월 상장한 한화에이스스팩1호도 상장 후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조정을 받은 코인 투자세력이 가세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시가총액 규모와 유통 물량이 적다는 점을 악용해 시세 조종이 쉬운 스팩을 매수 대상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특정인의 대량 매수세가 스팩으로 유입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삼성스팩4호는 25일 개인이 29만9897주(7.46%)를 사들인 데 이어 26일에도 단일 계좌에서 10만 주(2.49%) 매수가 이뤄졌다. 이 때문에 매수인이 삼성가이며 삼성계열 비상장 회사와 합병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투기세력이 규모가 작고 거래량이 적은 스팩의 특성을 이용해 매수를 조장하면서 묻지마 투자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며 “과거에 급등한 스팩도 주가가 제자리를 찾은 만큼 추가 매수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