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의 환경사업부문이 인적분할된 에코프로에이치엔이 28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주식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어서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사 분할 비율을 기준으로 한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예상 시가총액은 2000억원대 초반이지만 증권업계에서는 기업가치가 9000억원대에 가까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환경사업부문 가치 재평가 기대

에코프로에이치엔 '증시 데뷔' 축포 쏠까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에코프로에서 인적분할해 신설된 회사다. 환경진단, 소재설계 등 종합환경솔루션을 제공한다. 에너지 절감에 특화된 기술력을 통해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저감장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분할 전 에코프로 주가는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 지분 가치가 좌우했다. 환경사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이번 사업 분할로 환경사업부문의 가치를 재평가받고 관련 투자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인적분할을 통한 신규 상장인 만큼 기존 에코프로 주주는 에코프로에이치엔 주식을 배정받게 된다. 배정 비율은 0.1698463이다. 배정 비율은 신설 회사 순자산비율에 따라 정해진다. 환경사업의 성장성은 분할 직후 시총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첫날 장 시작 전 시가총액은 분할기일(5월 1일) 자본 총계를 반영, 약 2378억원이다.

증권업계에서 평가하는 에코프로에이치엔의 기업가치는 7000억~9000억원대다. 메리츠증권은 7400억원, 대신증권은 8900억원으로 평가했다. 첫날 시초가가 기준가 대비 2배(4756억원)로 시작한 뒤 가격제한폭(30%)까지 오르더라도 시가총액은 6180억원에 불과하다.

2025년까지 연 35% 성장 예상

에코프로에이치엔이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커지는 환경 시장에 최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주요 사업부문은 반도체 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유해가스 제거용 케미컬 필터, 조선·자동차 등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을 제거하는 미세먼지 저감솔루션,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 솔루션 등이다.

또 다른 이유는 독자적 기술력이다. 이 회사의 미세먼지 저감솔루션 제품은 독자기술인 마이크로웨이브를 사용한 기술로 기존 열처리 설비 대비 에너지 효율이 30% 이상 개선됐다. 국내 주요 대기업은 물론 해외 유력 기업에서도 관련 제품의 테스트를 요청하는 등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최대 조선사에 대한 공급이 이뤄지고 있고, 조선 업황 등에 따라 확대 가능성이 있다”며 “전자와 양극재 제조라인으로의 확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 전망도 밝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965억원이던 매출이 올해 1700억원가량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320억원이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5년까지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35%에 이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수처리 사업 진출”

윤성진 에코프로에이치엔 대표는 충북 청주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올해 수처리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내년부터 본격 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이 수처리 사업 준비 계획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표는 “국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공업용수 부족 현상과 강화되는 환경 규제 등으로 수처리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대기부터 수처리까지 한번에 처리하는 환경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연말엔 시총이 1조원 정도 돼야 제대로 평가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세먼지 저감솔루션 사업의 성장성이 높다는 게 윤 대표가 내세운 주요 근거다. 그는 “기존 경쟁업체 설비보다 10%가량 비싸지만 에너지 효율이 30% 이상 좋다 보니 설치 후 1년 반 정도면 설비투자비 회수가 가능하다”며 “이 같은 경쟁력을 알아보고 유럽의 대형 자동차회사와 일본의 대형 화학회사 등에서 관련 제품 테스트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공장에 주로 공급하는 온실가스 감축 솔루션도 해외 진출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청주=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