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금융 등 경기 민감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ETF 시장을 평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특정 섹터에 투자하는 ETF보다는 S&P500 등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선택했다. 헷갈리는 장세에 지수 추종 상품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美 해운·금융 ETF 올해 '수익률 킹'

경기민감 ETF 수익률 선두권

26일 ETF닷컴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1일까지 미국 ETF 시장에서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ETF는 브레이크웨이브드라이벌크시핑ETF(종목명 BDRY)였다. 수익률은 248.83%에 이른다. 이 ETF는 발틱운임지수(BDI)를 추종하는 ETF다. 수에즈운하 사태로 공급이 막히는 한편 경기 재개로 수요가 몰리면서 해운 운임이 급등, BDRY의 주가도 폭등했다.

그다음으로 수익률이 높은 ETF도 모두 경기 민감 관련 상품이었다. 두 번째로 수익률이 높은 건 마이크로섹터스US빅오일인덱스 3배레버리지ETN(NRGU)이었다. 정유 관련주를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이다. 이 역시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반등하면서 원유 수요가 많아진 것을 반영한다. 4~5위는 나란히 은행주를 3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디렉션데일리리저널뱅크불 3배셰어즈ETF(DPST)와 마이크로섹터스US빅뱅크인덱스 3배레버리지ETN(BNKU)이 차지했다. 수익률은 각각 125.67%, 125.29%를 기록했다. 해운, 정유, 은행을 두루 담는 가치주 ETF인 아이셰어즈모닝스타밸류ETF(ILCV)는 131.58%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자금 유입률 상위 ETF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섹터 ETF가 수익률 상위를 휩쓴 데 비해 자금 유입률 상위 ETF는 시장 전반을 추종하는 ETF가 대부분이었다.

연초 이후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ETF는 S&P500지수를 따르는 뱅가드500인덱스펀드ETF(VOO)로 235억달러가 모였다. 4위도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코어S&P500ETF(IVV)로 111억원이 쏠렸다. 2위는 미국 주식 전반을 추종하는 뱅가드토털스톡마켓인덱스펀드ETF(VTI)로 162억원이 몰렸다. 3위는 상위 5위 내 유일하게 섹터 추종형 ETF로 금융주를 담는 파이낸셜셀렉트섹터SPDR펀드ETF(XLF)였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글로벌주식컨설팅팀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이 하락할 것 같진 않은데 특정 섹터를 선택하자니 불안한 투자자들이 시장 전반을 사는 ETF를 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금리 오를까…美 채권ETF서 빠지는 돈

같은 기간 수익률이 가장 안 좋았던 ETF는 시장 하락을 예상한 상품이었다. 정유주 하락에 두 배로 베팅한 ETF(DRIP·ERY·DUG·SCO)는 연초 이후 -64.61~-49.40%를 기록하며 수익률 하위 1, 3, 4, 5위를 차지했다.

자금이 가장 많이 빠진 ETF는 대부분 채권ETF였다. 아이셰어즈아이박스투자등급회사채권ETF(LQD)는 연초 이후 117억원이나 빠져나가며 자금 유출 1위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미국 장기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 반대로 채권값이 떨어지며 수익률이 악화되는 탓이다. 20년 이상의 미국 초장기 국채로 구성된 아이셰어즈20+이어트레저리본드ETF(TLT)도 41억원이 빠져나가며 자금 유출 5위에 올랐다. 이 밖에 금에 투자하는 SPDR골드트러스트(GLD)에선 69억달러가 유출되며 자금 유출 3위를 기록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