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채굴 금지…美는 거래 신고
업비트 지수, 2주새 41.3% 급락
46% 떨어졌던 2018년 데자뷔
하다 하다 이번엔 예수님까지 나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도지코인 띄우기’ 얘기다. 머스크는 23일 오전 7시께(한국시간) 트위터에 예수가 도지코인을 연상시키는 강아지를 끌어안은 그림을 올렸다. 하지만 머스크의 ‘약발’은 예전 같지 않았다. 트윗 직후 가격이 7% 올랐다가 몇 분 뒤 제자리로 돌아왔다. 업계는 “머스크의 신뢰도가 하락한 데다 시장이 워낙 불안하다 보니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업비트에서 도지코인 가격은 400~440원대를 맴돌았다. 지난 8일 역대 최고가(889원)보다 50% 넘게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이날 4400만~4800만원, 이더리움은 260만~300만원을 기록했다. 역시 고점 대비 45~50% 이상 빠졌다.
‘업비트 지수’ 이달 들어 급반전
국내 투자자가 거래하는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이 2주 새 40%가량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낙폭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3년 전 폭락장과 왠지 닮아 보인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을 더 불안하게 하고 있다. 2018년 초에도 시총이 열흘 동안 40% 빠진 것을 신호탄으로 오랜 ‘빙하기’가 찾아왔다.
美도 中도 암호화폐 때리자…국내 코인 시총 40% 날아갔다

업비트가 상장된 모든 암호화폐의 시총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업비트 마켓 인덱스(UBMI)’는 이날 오후 8시30분 8198.16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인 9일 1만3972.08과 비교해 14일 만에 41.3% 하락했다. 1차 코인 광풍이 사그라든 2018년 초에도 비슷한 흐름이 있었다. 당시 1월 7일 6843.89까지 치솟았던 UBMI는 열흘 뒤인 17일(3709.76) 45.8% 하락했다. 두 달 뒤인 3월 17일(1888.82)에는 72.4% 떨어졌다.

암호화폐 시장에는 지난 주말 악재가 또 하나 추가됐다. 중국은 21일 밤 류허 부총리를 통해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행위를 타격하겠다”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류 부총리는 시진핑 주석의 경제 책사로 알려져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채굴 금지다. 중국은 2017년 암호화폐거래소를 폐쇄했지만 채굴은 내버려 뒀다. 그 결과 세계 비트코인 채굴량의 65%를 중국이 차지해 왔다.
美 “거래 신고” 이어 中 “채굴 타격”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  뉴스1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 뉴스1

둥시먀오 푸단대 금융연구소 겸임연구원은 “암호화폐 시장 정리를 중앙정부 차원의 의제로 격상한 것”이라며 “향후 비트코인 등의 불법 거래를 제재하는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이 줄고, 장외시장 등을 이용해 암암리에 코인을 사고팔던 중국인들의 거래가 위축되면 암호화폐 가격에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20일 1만달러 이상 모든 암호화폐 거래의 국세청 신고를 의무화했다. 캐나다·아르헨티나 중앙은행도 암호화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입장문을 냈다.

주요국이 일제히 암호화폐에 강력한 견제구를 던지는 모양새다. 민간 암호화폐의 경쟁자인 중앙은행들의 디지털화폐(CBDC) 발행 준비 작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2009년 등장한 비트코인이 12년이 지나서도 가치 있는 용도를 찾지 못했다는 것은 존재에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CNN 인터뷰에서 “암호화폐에 거품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거품은 이미 끝났을 수도 있고, 몇 달 후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암호화폐를 뒷받침할 기술이 실제론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대중이 인식할 때 거품이 무너지는 일이 반복됐다”면서도 “암호화폐가 과거처럼 단순한 장난감은 아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과 소폭 반등을 거듭하는 ‘계단식 하락’을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업계 관계자는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급락이 계속되진 않을 것이라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했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알트코인(비주류 암호화폐)과 단타 위주의 거래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