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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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짜릿했죠. 단숨에 두 배를 벌었으니….”

주식 투자자 중엔 ‘승리’의 경험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비록 전체 승률은 낮더라도 어쩌다 거둔 승리의 기억이 투자를 계속하게 한다. 몇 번 고배를 마셔도 ‘이번엔 지난번처럼 이길 수 있을 거야’라는 기대를 품는다.

근거 없이 '베팅 타이밍'만 재는 건 투자 아닌 도박
기대를 실현시키려고 뉴스도 찾아보고 ‘종토방(인터넷 종목 토론방)’도 기웃거린다. 그러다 타이밍 잘 잡아서 수익을 올리면 승자의 여유를 한껏 누린다. 반대로 손실을 보면 ‘운이 나빴다’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암호화폐(코인) 투자자는 타이밍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주식은 각종 분석 자료가 넘쳐나 투자 의사결정이 그나마 합리적으로 이뤄질 조건은 갖췄다.

하지만 코인은 가격이 사실상 뉴스에 따라 춤을 추고 있어 ‘상승·하락 찍기 게임’ 같은 상황이다. 특히 최근엔 ‘머스크 트윗 맞히기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켜 교도소 담장을 걷는다고 한다. 발을 조금만 헛디디면 범죄자 신세다.

근거 없이 '베팅 타이밍'만 재는 건 투자 아닌 도박
주식과 코인 투자자는 투자와 도박 사이에서 조마조마한 줄타기 중이다. 주식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코인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오락가락 트윗 때문에 변동성이 극심하다. 그래서 투자자가 합리적 투자가 아니라 타이밍 잡기 도박에 내몰리고 있다.

도박은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 도박은 범죄로 처벌받는다. 다만 복권, 경륜, 경마 등 공익 목적을 위한 도박은 합법화된 도박이라 범죄가 아니다.

주식과 코인도 제도적으로 허용된 것이니 타이밍 잡기 도박처럼 하는 경우라면 ‘합법적 도박’에 해당한다.

도박은 사회적 비난 대상이다. 그런 비난을 감수하면서 사람은 왜 도박을 할까. 가장 큰 이유는 돈 욕심이다. 돈을 벌고 싶은 욕구가 도박에 뛰어들게 만든다.

다른 이유로는 ‘통제된 질서에 대한 저항 심리’와 ‘도박의 오락적 가치’를 꼽을 수 있다. 자본주의는 통제된 질서와 예측 가능성에 기반해서 작동한다. 모험을 감행하고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은 도박을 통해 질서의 지배에 저항한다. 일부는 자신의 경제적 좌절로부터 도피하는 수단으로 도박을 택하기도 한다.

도박은 판에 박은 듯 똑같이 되풀이되는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스릴을 주기도 한다. 사람은 도박에서 오락적 가치를 느낀다. 저항 심리를 표출하고 오락적 가치를 느낄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도박이 자본주의 사회의 안전판 기능을 수행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 같은 도박을 하는 세 가지 이유를 주식과 코인 투자자에게 적용해보자. 돈 욕심이야 다시 말할 필요가 없고, 저항 심리와 오락적 가치도 해당하는 사람이 다수일 듯싶다.

다시 말해 주식과 코인 투자자 가운데 상당수는 도박하는 사람과 같은 이유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문제 될 것은 없다. 도박이야 범죄라지만 주식과 코인은 합법적이니 같은 이유라도 상관없다.

문제는 ‘우연’에 의해 결과가 좌우되도록 한다는 점이다. 투자에선 자신이 베팅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자신이 투자한 자산의 가격이 오를 것 같다면(혹은 내릴 것 같다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주식이나 코인에 투기나 도박을 한다면 ‘다른 사람이 자신보다 비싸게 사줄 것 같아서’가 유일한 근거가 된다. 정확히 말하면 근거가 아니라 우연을 바라는 기대뿐이다.

주식과 코인에 투자하는 이유가 돈 욕심이든, 저항 심리든, 오락적 가치든 상관없이 투자의 결과가 우연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지 말자. 변동성이 심해서 판단이 어려우면 한 템포 쉬더라도 합리적 근거부터 정리하자.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