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내 저평가주 키맞추기 장세

실적 기저효과 톡톡
GS, 한달새 20% 상승
잘나가던 SK이노는 부진

저평가주 순환매 장세
BNK·JB금융 등 지방銀
수도권보다 수익률 높아
'업종 꼴찌'들의 반란…대장주보다 주가 더 뛰었다

‘4만원의 벽을 절대 못 넘는 주식.’ 올해 3월까지 GS(46,450 +0.65%) 주주들이 자조적으로 한 말이다. 이 회사 주가는 코로나19 이후 줄곧 3만원대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SK이노베이션(276,000 +0.18%), 에쓰오일(104,500 +3.98%)이 1분기에만 각각 15%, 17% 오를 때 GS는 4%밖에 오르지 못했다.

4월 중순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인플레이션발(發)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밸류에이션은 낮고, 이익 증가율은 큰 ‘안전한’ 종목을 찾기 시작했다. 경기민감주가 순차적으로 순환매를 거친 뒤에는 업종 내에서도 가장 저평가된 종목들의 주가가 튀어올랐다. 1분기에 잘나갔던 SK이노베이션이 지난 한 달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동안 GS는 20% 가까이 급등했다. 4만원을 못 넘을 것이라던 GS는 지난 11일 종가 기준 5만원에 거래를 마치며 신고가를 썼다.
실적 기저효과에 주가도 상승
주가 급등의 근거는 실적이었다. GS는 1분기 매출이 4조2846억원, 영업이익은 706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367% 늘어났다. 1분기 실적을 발표했거나, 증권사 실적 추정치가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가장 큰 이익 증가폭이었다. 업종 내에서 저평가돼 있으면서 실적 모멘텀은 큰 대표적인 종목이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업종 내 1등주보다는 후순위 종목들의 주가 상승률이 더 큰 국면”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이 이런 종목의 급상승을 즐기면서 주가가 더 급등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우선주를 제외하고 주가 상승폭이 가장 컸던 종목은 포스코강판(69,600 +11.18%)이었다. 한 달간 주가는 122% 올랐다. 14일 동반 급락하기는 했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국내외 건설 경기 회복 속에 철광석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철강주 주가도 전반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는 이 기간 포스코강판을 100억원어치 이상 순매수했다. 반면 철강 대표주인 포스코(341,000 +1.64%)의 주가 상승폭은 이 기간 12%에 그쳤다. 금속 및 광물 섹터에서 두 번째로 낮은 주가 상승폭이었다. 세아베스틸(30,900 +6.74%)(57%), 현대비앤지스틸(21,250 +5.20%)(29%) 등의 주가 상승폭이 훨씬 더 컸다.
'업종 꼴찌'들의 반란…대장주보다 주가 더 뛰었다

업종 내 저평가주 키맞추기
대형주에 비해 이들 종목의 이익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워낙 이익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조금만 규모가 늘어도 레버리지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현대비앤지스틸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6%, 포스코강판은 324%, 세아베스틸은 254% 늘어났다.

금리 상승 수혜주로 떠오른 금융주 중에서는 지방 은행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BNK금융지주(7,530 +1.62%)(21%), JB금융지주(7,270 +0.69%)(22%) 등이 수도권 금융지주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BNK금융지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28배로 은행 중에서도 PBR이 가장 낮은 종목이다.

다른 업종에서도 저평가 종목의 키맞추기가 지속되고 있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도 포함된다. 조선업종 중에서는 현대미포조선(88,600 +0.23%)(34%), 항공운수에서는 진에어(22,050 -0.45%)(38%), 내구소비재 중에는 위니아딤채(5,850 +0.86%)(47%) 등이 실적과 관계없이 업종 대표주를 제치고 지난 한 달간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향후 실적개선폭도 키맞추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작년 선방한 기업 주가는 주춤
같은 업종이더라도 코로나19 국면에서 선방했던 기업들의 주가는 주춤하다. 음료 업종에서는 지난해 코로나19에도 수혜를 봤던 하이트진로(38,900 +0.26%) 주가가 한 달간 제자리걸음(0%)한 반면 롯데칠성(148,000 +1.37%) 주가는 22% 올랐다. 하이트진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 줄어든 반면 롯데칠성은 416% 늘었기 때문이다.

개인생활용품 대표주는 LG생활건강(1,720,000 +0.35%)이다. 이 회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난 370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275,000 -1.08%)은 그 절반에 불과한 1762억원을 벌었다. 하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 증가폭은 189%에 달했다. 한 달간 LG생활건강 주가는 3% 하락했지만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10% 올랐다. 최근 급등하는 종목은 대부분 전년 동기 대비 이익 증가폭이 수백~수천 퍼센트에 달하는 종목들이다. 경기 회복기를 맞아 이익이 크게 늘어나는 종목이 널려 있는 만큼 성장주는 물론 메모리 반도체 등도 아직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지금은 경기민감 업종 내에서도 밸류에이션이 낮고, 이익 증가폭이 큰 종목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분산 투자해야 할 때”라며 “이들 종목이 순환매 과정에서 급등할 때 매도해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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