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일·콘티넨탈 등 인수 검토
'7조 대어' 한온시스템, 글로벌업체서 눈독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최고가 매물로 꼽히는 한온시스템의 매각 작업이 시작됐다. 이 회사는 자동차 공조시스템 분야 세계 2위로, 인수 가격은 7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 공동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 에버코어는 최근 잠재 인수 후보들에 한온시스템의 투자설명서(IM)를 배포했다.

KKR, 칼라일, TPG 등 몇몇 글로벌 사모펀드(PEF)는 인수를 위한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세계 5위 자동차 부품사인 콘티넨탈 등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SI)들도 참여할 전망이다. 일부 후보는 법률자문사 선임까지 마쳤다.

한온시스템은 히트펌프, 전동 컴프레서 등 차량 전반의 열관리(공조) 부문에서 일본 덴소에 이어 글로벌 2위 업체다. 이번 매각 대상 지분은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50.50%와 2대주주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보유 지분 19.49% 등 69.9%다. 한국타이어는 동반매도권을 행사한다. 매각 측은 일부 지분만 사는 등 다양한 인수구조를 후보들이 제안할 수 있도록 열어놓을 방침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인수전 참여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건은 막대한 몸값이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14일 기준 8조6000억원으로 70%의 단순 지분 가치만 6조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7조~8조원에 달할지 모른다고 IB업계는 보고 있다. 경쟁이 달아오르면 국내 M&A 매물로는 2015년 MBK파트너스가 인수했던 홈플러스(7조2000억원)를 뛰어넘어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세계 2위 車공조' 한온시스템…'전장 강화' LG도 인수 저울질
7조 육박하는 몸값 흥행에 부담…대주주 지분 일부만 팔 수도
한온시스템의 최대 매력 포인트는 뛰어난 공조 기술과 다양한 글로벌 고객군이다. 전기차 시대 차량 에너지 효율성을 관리하고 개인화된 공간을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공조 시스템이 필요하다. 한온시스템은 이 분야에서 현대차·기아(42%) 외에 포드(16%), 폭스바겐(7%), GM(6%), 테슬라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내연기관 차량 생산이 급격히 줄어드는 데 따른 충격을 상쇄할 방법을 고민하는 글로벌 차량 부품사들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 콘티넨탈 등이 후보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최근 모바일 사업을 접은 후 핵심 먹거리로 차량 전장사업을 육성 중인 LG전자도 사모펀드(PEF)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LG전자는 마그나와의 조인트벤처(JV)를 시작으로 전기차 부품사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시장에선 칼라일이 가장 적극적으로 공동 인수를 제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컨소시엄을 이룰 경우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부상할 전망이다. 최근 17조원(150억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사전에 정하지 않은 펀드)를 조성한 KKR도 인수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앤컴퍼니 지분 매각에 맞춰 한국타이어 측이 동반매도권을 행사할 예정이어서 일부 지분만 매각될 경우 양측 지분을 현재 보유 비율(5 대 2)에 맞춰 팔게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보유 지분 중 40%만 매각할 경우 한앤컴퍼니는 28%를, 한국타이어는 12%를 파는 식이다. 매각 측은 내달 중순 예비입찰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매각 가격은 인수 지분율에 따라 다르게 결정될 전망이다. 지분 30%나 40%만 사가는 경우 상대적으로 해당 지분에 프리미엄을 더 얹어줄 가능성이 높다. 대신 기존 주인인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는 잔여 지분을 시장에서 블록딜로 처분하거나, 계속 들고 있으면서 매각 기회를 다시 살펴야 하는 부담을 갖는다.

전망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 인수합병(M&A)업계 관계자는 “한온시스템은 매물 사이즈가 너무 커서 문제”라며 “3조원 안팎이었다면 인수후보군이 훨씬 넓었을 텐데, 지금은 인수 후보군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한 PEF 관계자는 “펀드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업계 1위 일본 덴소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5배 수준인 것에 비해 한온시스템이 27배인 점을 정당화해야 하는데 마땅한 논리가 없어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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