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우려에 ‘안전자산’ 금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디지털 금’으로 주목받던 비트코인의 위상이 최근 흔들린 것도 금이 재평가받는 이유다.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가격은 14일 전날 대비 0.67% 오른 g당 6만6530원에 마감했다. 5월 들어 지난 13일 하루를 제외하고 상승했다. 이달 들어 국내 금의 g당 가격은 올 2월 이후 3개월여 만에 6만6000원대를 회복했다(종가 기준). 한 달 새 약 6% 올랐다.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골드트러스트(GLD)’와 ‘iShares골드트러스트(IAU)’ 가격 역시 한 달 새 5% 넘게 올랐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 시대는 끝났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폭되면서 증시가 조정받는 가운데 달러화까지 약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금을 다시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1일 ‘인플레이션이 오면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여기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골든 룰(golden rule)’을 첫 번째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금 투자는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최적의 투자처라는 것이다.

각국 정부의 거품 경고,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 등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혼란에 휩싸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가 상승 및 서비스업 정상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 금에서 비트코인으로 대체될 여지가 있지만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의 역할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며 “안전자산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비트코인의 역사가 훨씬 오래돼야 한다”고 봤다.

여기에 경기 회복세인 중국의 금 소비량도 급증세다.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는 최근 중국 황금협회 자료를 인용해 “올 1분기 중국의 금 소비량이 전년 동기 대비 93.9% 증가한 288t으로, 2019년 수준을 회복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가 변수다. 전 연구원은 “하반기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이던스 제시 시점을 전후로 미 국채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 금 가격 오름세가 주춤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