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이 세계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mRNA 백신 유통에 필수적인 저온유통(콜드체인) 시스템도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이는 콜드체인이 필요한 다른 바이오·제약 기업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 중이다.

14일 안트로젠에 따르면 회사가 현재 개발 중인 두 종류의 바이오의약품은 영하 80℃에서 보관해야 한다. 콜드체인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임상개발은 물론 상업화 과정의 가속화를 기대하고 있다.

안트로젠은 시트형 줄기세포치료제 2종을 개발하고 있다. 당뇨병성 족부궤양(DFU) 치료제인 ‘ALLO-ASC-DFU’는 한국 임상 3상 및 미국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영양성수포성표피박리증(DEB) 치료제인 ‘ALLO-ASC-EB’는 일본에서 임상 3상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회사에 따르면 두 신약후보물질은 최대 1년 이상 장기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대 2년 보관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다만 영하 80℃ 이하로 냉동 보관해야 한다. 기존에 병원에 구축된 일반 냉동고에서는 불가능한 조건이다.

안트로젠은 앞서 국내 임상을 진행하면서 투여 시점에 맞춰 초저온 냉동 상태의 줄기세포치료제를 콜드체인을 통해 배송했다. 국내 대학병원에 초저온 냉동을 위한 설비가 거의 구축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시간 배송이 어려운 미국에서는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안트로젠의 DFU 미국 임상을 진행하는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등 몇몇 병원은 초저온 냉동 설비가 구축돼 있다. 그렇지 않은 임상 병원에는 안트로젠이 초저온 냉동고를 대여 또는 구매하는 비용을 부담했다.

회사는 또 상업화 이후의 판매에 대해서도 고민해왔다. 판매 병원의 초저온 설비 구축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mRNA 백신의 공급을 계기로 콜드체인이 구축되고 있어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 5일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의 환경 변화’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mRNA 백신이 콜드체인 제조 및 유통 능력을 향상시켰다고 전했다. 이는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시장 성장의 강력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 mRNA 백신은 안정성이 부족해 저온 보관해야 효능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백신 공급을 준비하기 위해 콜드체인 설비를 갖춘 병원들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화이자 백신은 희석하지 않은 바이알을 영하 80~60℃의 초저온 냉동고에서 보관해야 한다. 이는 안트로젠이 개발 중인 줄기세포치료제와 비슷한 조건이다.

미국에서 화이자 백신은 작년 12월에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접종이 시작됐다. 허가에 대비한 초저온 냉동고 설비의 보급은 이전부터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화이자가 백신 임상 결과를 발표한 이후에 미국의 각 주에서 초저온 냉동고를 구매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 기사에 따르면 각 주의 경쟁이 심화되며 미국 전역에서 초저온 냉동고에 대한 품귀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영하 90~60℃에서 최대 6개월간 보관하는 조건으로 화이자 백신의 사용을 허용했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접종센터를 마련하고 초저온 냉동고 설비를 구축했다. 올 3월 미국과 지난달 식약처는 화이자 백신을 영하 25~15℃에서 2주간 보관하는 방침을 추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기 보관을 위해서는 여전히 기존 영하 90~60℃의 조건을 맞춰야 한다.

일본 정부는 작년 12월에 코로나19 백신용 초저온 냉동고를 1만500대를 구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화이자 백신 등 mRNA 의약품의 유통을 위한 콜드체인 시스템의 확산은 계속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안트로젠은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임상 2상용 의약품을 가산동에 있는 국내 우수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GMP) 인증 시설에서 생산하고 있다. 임상 3상은 마곡의 시설에서 생산해 운송할 계획이다. 임상 2상 종료 시점에 맞춰 생산시설에 대한 미 식품의약국(FDA) 인증(cGMP)을 획득하겠다는 목표다.

김미형 안트로젠 부사장은 “코로나19 백신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콜드체인 시스템이 구축돼 상업화 이후에 원활한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