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정유사 주가가 꿈틀대고 있다. 경제활동 재개로 원유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글로벌 정유설비 폐쇄로 정유 업황이 회복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3일 에쓰오일은 전날 대비 1.24% 하락한 9만5500원에 마감했다. 전날부터 이틀 연속 소폭 조정을 받았지만 이달 들어서만 9.64% 올랐다. 이날 4만7700원에 마감한 GS 역시 이달 들어 10.80% 올랐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도 정유사 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발레로에너지는 2.93% 오른 79.9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옥시덴탈페트롤리움은 2.41% 오른 25.12달러에 마감했다. 미국의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원유 재고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월간 보고서를 통해 팬데믹 이후 생긴 원유 공급 과잉이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80센트(1.2%) 오른 배럴당 66.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3월 이후 최고치다.

미국 드라이빙 시즌도 수요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드라이빙 시즌이란 5~9월 미국 교외 이동자 증가, 여름 휴가 등으로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 석유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를 말한다.

여기에다 업계에서는 1980년, 2009년에 이어 올해 글로벌 정유설비 폐쇄에 따른 정유 업황 회복 사이클이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약 10년 만에 재개된 글로벌 정유설비 폐쇄 사이클에 주목해야 한다”며 “1980년 초반과 2010년 전후 대규모 정유설비 폐쇄 뒤 생존한 정유업체들은 빠른 실적 회복을 맛봤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에다 전기차, 수소에너지 등 ‘클린에너지’ 전환 움직임으로 글로벌 노후 정유설비 폐쇄가 가속화되고 있다. 3월 IEA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 집계된 글로벌 정유설비 스크랩(영구폐쇄) 규모는 360만b/d(하루 배럴생산량)로 글로벌 정유설비의 3.5% 수준이다. 황 연구원은 “추가 폐쇄 발표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글로벌 정유설비 스크랩 규모는 글로벌 정유설비의 8%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글로벌 정유설비 가동률은 다시 80% 초반 또는 그 이상으로 회복될 뿐만 아니라 호황 시기도 길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