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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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파겟돈(chipageddon).’ 반도체 부족으로 산업계와 증권시장이 타격을 받는 현상을 아마겟돈에 빗대어 부르는 말이다. 치파겟돈이 자동차, 전자제품 시장을 넘어 게임기 시장까지 덮치고 있다. 반도체 부족으로 공급을 원활하게 하지 못해 일본의 게임기 업체 닌텐도 주가까지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부족 현상이 향후 1~2년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어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자동차·게임기까지 반도체 부족 쇼크

글로벌 증시 '치파겟돈'이 덮쳤다
닌텐도의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순이익은 4803억엔에 이르렀다. 원화로 5조원에 육박한다. 사상 최대였다. 코로나19로 게임기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초 이후 주가는 8.67% 내렸고, 4월 이후로는 2.73% 하락하고 있다. 올해는 반도체 부족으로 ‘닌텐도 스위치’를 제대로 공급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에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소니도 4월 이후 주가가 13.85% 하락하고 있다. 작년 11월 플레이스테이션5가 새로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부족으로 재고가 동나다시피했다. 도토키 히로키 소니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반도체 부족 영향으로 내년까지 플레이스테이션5를 수요만큼 공급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게임산업도 치파겟돈의 영향권에 들어왔음을 두 회사가 보여주고 있다.

치파겟돈이 가장 빠르게 덮친 곳은 자동차 시장이다. 반도체 부족으로 연초 곳곳에서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주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1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된 4월 이후 타격이 본격화됐다. 일본 닛산자동차는 4월 이후 현재(13일)까지 주가가 15.02% 내렸고, 미국 포드자동차는 12일(현지시간)까지 7.51% 내렸다. 1분기 실적 발표 당일 두 회사 모두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실적 타격을 언급하면서 발표 이튿날 각각 10.04%, 9.41% 하락하기도 했다.

ESG도 흔드는 치파겟돈

반도체 부족 현상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태양광 업체 솔라에지테크놀로지스는 연초 이후 주가가 줄곧 하락하고 있다. 4월 이후로만 27.55% 내렸다. 같은 업종의 인페이즈에너지 역시 4월 이후 주가가 27.74% 하락했다(모두 현지시간 12일 기준).

태양에너지를 전력으로 전환하는 장치에 반도체가 대량 쓰이기 때문이다. 이 반도체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 까닭이다. 지난 10일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솔라에지테크놀로지스에 대해 “반도체 공급 부족이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에 최근 주가가 하락했다”며 목표주가를 306달러에서 276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시장에선 치파겟돈이 짧게는 내년, 길게는 후년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자문기관 포레스터는 반도체 부족 현상이 2023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글렌 오도넬 포레스터 부사장은 “수요는 여전히 높고 공급은 제한될 것이기 때문에 반도체 부족 현상은 2022년을 거쳐 2023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웬제 자오 크레디트스위스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반도체 생산 능력은 2022년 또는 그 이후나 돼야 정상화될 것”이라며 “주문과 생산일정, 가격을 조정하는 것 외에 최근의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응할 방법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