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그리고 암.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IPO 엑스포 2021'에서는 인류의 오랜 난제를 풀어나가고 있는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두 곳이 눈길을 끌었다. 아이씨엠과 GPCR은 올해 나란히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김대원 아이씨엠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IPO 엑스포 2021'의 발표자로 나서 "보통 유전자치료라고 하면 선천적으로 결함 있는 유전자를 개선하는 것을 떠올리지만 최근 들어 혁신적 개념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선천적 유전 결함뿐 아니라 노화 등 후천적으로 유전적 기능이 감퇴된 걸 치료해주는 기술이 규제기관으로부터 임상실험 허가 등을 따내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설립된 아이씨엠은 퇴행성관절염 등 퇴행성질환 치료를 위한 재조합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rAVV) 기반 유전자치료제 전문기업이다. 비병원성 바이러스인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를 운반체(Vector)로 이용해 퇴행성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을 개발 중이다. 2027~2030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AVV 의약품을 생산·판매하는 게 목표다. 설립 이후 이제껏 70억원가량의 국가연구개발비를 수주했고 네 차례에 걸쳐 약 520억원의 민간투자를 유치했다.

아이씨엠은 연세대 기술지주회사 자회사로, 김 대표는 이 회사 대표이자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다. 김 대표는 "아직 유전자치료기술이 태동기라 핵심 분석 기술을 쉽게 외주 용역 맡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내부적으로 핵심 분석 기술을 갖췄다는 게 아이씨엠의 중요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맞춤형 항암제 개발사 GPCR 역시 올해 코스닥 입성을 노린다. 2013년 설립된 이 회사는 우리 몸속에 800개 이상 존재하는 G단백질 연결 수용체(GPCR)의 헤테로머(두 개 이상 붙은 형태)를 표적하는 신약을 만들고 있다. 회사의 사명도 여기서 따왔다. 헤테로머가 형성되면 약물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에 단일 형태(모노머)를 표적하는 것보다 헤테로머를 표적하는 것이 증상 억제에 더 효과적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경쟁사도 찾아보기 힘들다. 신동승 GPCR 대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약물의 약 40%가 GPCR을 표적으로 하고 있지만, 그동안 헤테로머를 표적으로 한 신약 개발사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주력 후보 물질(파이프라인)은 GPCR의 일종인 CXCR4 헤테로머를 표적하는 항암제다. 최근 이 분야 권위자인 피나 카다렐리 박사를 최고과학책임자(CSO)로 영입했다. 향후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기술이전, 특허 매각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신 대표는 “세계 항암제 시장은 매년 9%씩 성장하고 있다”며 “거대한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수익성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잠재력과 사업의 특색을 인정받아 LB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다수의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했다. 신 대표는 “지난달 기관 12곳으로부터 340억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 유치도 마쳤다”고 말했다.

구은서/김종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