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ETF 8종, 한날한시 '진검승부'
5월 25일. 국내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들어간다. 국내 대표 자산운용사 4곳이 동시에 상품을 쏟아내고 경쟁을 시작한다. 국내 ETF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브랜드명을 바꿔 도전장을 낸 한국투자신탁운용, 사모펀드 최초로 ETF 시장에 뛰어든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이다. 액티브 ETF는 지수를 단순히 따라가는 ETF와 달리 운용 실력이 성과를 좌우하기 때문에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알파 수익률을 잡아라

액티브 ETF 8종, 한날한시 '진검승부'
7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액티브 ETF 8종을 오는 25일 동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8개의 ETF를 한꺼번에 상장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에선 액티브 ETF가 쏟아져 관심을 끌 것으로 보고 있다.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액티브 ETF라는 새로운 상품 등장으로 시장은 더 활기를 띨 전망이다.

ETF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 순자산은 1년 새 47조3382억원에서 58조1293억원으로 10조원 이상 커졌다. 국내 운용사들이 너도나도 ETF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ETF는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해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코스피200과 같은 특정 지수의 수익률을 그대로 쫓아간다. 주식처럼 개별 산업과 테마에 맞는 다양한 투자가 가능한 데다 개별 종목 투자 때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액티브 ETF는 여기에 ‘운용 실력’을 더했다.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70%)은 비교지수를 따라가지만 나머지 부분에서 각사마다 운용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다. 지수 대비 ‘알파’ 수익을 내는 게 액티브 ETF의 목적이다.

4사 4색 전략은?

운용사들은 성장하는 ETF 시장을 겨냥해 각기 다른 전략을 들고 나온다.

국내 ETF 시장에서 50%에 달하는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은 액티브 ETF를 위해 별도팀을 꾸렸다. 이번에 내놓을 ETF 테마는 미래차와 신재생으로 택했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주식본부장은 “산업이 커지고 있는 미래 산업군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테마를 택했다”며 “변화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만큼 전문가인 펀드매니저들이 운용을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액티브 ETF 출시를 위해 에프앤가이드를 통해 별도 지수를 개발했다. 미래차, 신재생과 관련한 키워드를 통해 관련 종목들을 추려낸 뒤 사내 리서치본부 애널리스트들이 비추천 종목을 걸러내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짤 계획이다.

ETF 시장에서 삼성을 추격하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퓨처모빌리티와 글로벌BBIG를 테마로 정했다. 퓨처모빌리티는 새롭게 구성한 에프앤가이드 퓨처모빌리티지수를, 글로벌BBIG는 나스닥100지수를 비교지수로 쓴다. 임종욱 미래에셋운용 ETF마케팅팀장은 “퓨처모빌리티는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플라잉카 등 미래의 이동수단을 포괄하는 투자상품을 만들기 위해 기획했다”며 “글로벌BBIG는 국내 BBIG ETF 흥행에 힘입어 글로벌 성장산업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를 출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후발주자 줄줄이 참전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새로운 브랜드 ‘네비게이터’를 앞세워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한국투자신탁운용은 KINDEX라는 ETF명을 사용해왔다. 정성인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전략팀장은 “KINDEX와 별도의 액티브 ETF 브랜드를 사용해 투트랙 전략을 기획했다”며 “국내 운용사 가운데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친환경자동차 테마와 최근 투자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테마로 한 ETF를 선보일 계획이다. 새롭게 개발한 에프앤가이드 친환경자동차밸류체인지수와 MSCI코리아ESG리더스지수를 사용한다. 친환경자동차 테마는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 출신인 남경문 리서치팀장이 운용을 책임진다.

사모펀드 1위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선보일 첫 ETF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에서 보여준 타임폴리오만의 색깔을 ETF에 어떤 방식으로 접목할지가 관심사다. 타임폴리오는 자신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첫 작품으로 코스피지수를 비교지수로 삼은 지수형 액티브 ETF TIMEFOLIO Kstock을 선보인다. 문경석 타임폴리오자산운용 ETF본부장은 “시기적절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거둬온 헤지펀드 명가라는 타이틀과 ETF를 가장 잘 연결할 수 있는 코스피지수형과 BBIG 테마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신한자산운용, 신영자산운용 등도 연내 액티브 ETF 출시를 예고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번 동시 상장을 시작으로 국내 액티브 ETF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