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한국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최근 한 달 새 1조원 이상이 급격히 빠져나가 그 배경이 주목된다.
ETF 최대 유출도 공매도 탓?
국내 증권가에선 공매도가 금지된 기간에 글로벌 ETF로 사실상 공매도와 비슷한 효과를 얻던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국내 공매도가 재개되자 다시 ETF에서 개별 종목으로 옮겨가며 가파른 유출이 진행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대표 ETF인 ‘iShares MSCI South Korea’는 4월 셋째주부터 이달 4일까지 총 9억3530만달러(약 1조530억원)가 순유출됐다. 4월 한 달 동안에는 9600억원 줄어 이 ETF 설정 이후 역대 최고 월간 순유출을 기록했다. MSCI 한국 ETF는 지난해 11~12월 단기간에 7000억원이 넘는 돈이 집중적으로 유입돼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돌파하는 데 적잖은 기여를 했다. 올 1~2월에도 드문드문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4월 중순부터 갑작스레 한국 ETF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일어난 것은 ‘공매도 재개’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중에서도 기관투자가가 ETF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이는 이달 국내 개별 종목 공매도 재개로 해외 ETF를 통한 공매도 수요가 해소되면서 빠져나가는 자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발(發) 폭락장 이후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금지되자 외국인은 미국 상장 ETF를 활용해 공매도와 비슷한 매매를 해왔다.

해외 기관은 일반 개인투자자와 달리 ETF가 담고 있는 종목 묶음으로도 환매할 수 있다. 이때 환매는 ETF가 포함하고 있는 종목으로 돌려받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포함된 MSCI 한국 ETF를 대차해 삼성전자를 공매도한 뒤 쇼트커버링하고, 거래하지 않은 다른 종목과 합쳐 바스켓으로 상환하는 거래가 미국에선 가능하다. 쇼트커버링이란 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행위다. 이 경우 포지션을 노출하지 않고도 공매도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달 3일부터 코스피200지수와 코스닥150지수에 포함된 종목의 공매도가 가능해지자 더 이상 ETF를 통해 공매도할 필요가 줄어들면서 자금이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설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