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상하이·쑤저우 연계시험 후 베이징도 2차 시험 예고
하이난 면세 쇼핑·주요 관광지 입장권 구매도 가능해져
잦아진 중 '디지털 위안화' 시험…정식도입 가까워지나
중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 시험 움직임이 최근 부쩍 활발해졌다.

6일 상하이증권보 등에 따르면 중국의 노동절 연휴 기간인 지난 1∼5일 상하이직할시와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동시에 공개 디지털 위안화 시험이 진행됐다.

'5·5 쇼핑 축제'(五五購物節)에 맞춰 진행된 이번 시험에서 당국은 추첨을 통해 18만1천800명에게 55위안씩 총 999만9천 위안(약 17억3천만원)의 디지털 위안화를 나눠주고 사용하게 했다.

이번 시험은 처음으로 다른 행정구역 두 곳이 연계된 가운데 진행됐다.

상하이 시민들은 쑤저우에서, 쑤저우 시민들은 상하이에서 지급받은 디지털 위안화를 쓸 수 있었다.

내년 2월 동계올림픽을 치를 예정인 수도 베이징시도 곧 추가 공개 시험을 벌인다.

베이징시 금융감독관리국은 지난달 28일 조만간 새로 디지털 위안화 시험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베이징시는 지난 2월 도심의 왕푸징(王府井) 거리에서 첫 디지털 위안화 공개 시험을 했는데 이번에는 시험 지역이 여러 핵심 상업 지역으로 대폭 확대된다.

상하이증권보는 "디지털 위안화 시험이 여러 곳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며 "최근 베이징, 상하이, 쑤저우, 선전, 시안 등 도시가 새 디지털 위안화 시험 계획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매체의 큰 주목을 받는 대규모 공개 시험과 별개로 중국 전역의 시범 도시에서는 계속해서 다양한 비공개 시험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누구나 신청해 참여할 수 있는 대규모 공개 테스트와 달리 비공개 시험은 당국이 지정한 특정 지역의 특정 대상만 디지털 위안화를 충전해 쓸 수 있는 방식이다.

외부에 정확한 정보가 공개된 적은 없지만 이런 비공개 시험 규모가 홍보 이벤트 성격이 강한 공개 시험의 규모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京東)은 최근 상하이시와 선전시 등지의 일부 직원들에게 디지털 위안화로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비공개 시험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디지털 위안화 시범 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선전시, 쑤저우시, 허베이성 슝안신구, 하이난성, 후난성 창사시, 산시성 시안시, 산둥성 칭다오시, 랴오닝성 다롄시 등 10개 도시와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다.

10개 이상 도시에서 다양한 디지털 위안화 시험이 지속되면서 이제 중국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는 것은 점차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고 있다.

노동절 연휴 기간부터 라오후탄(老虎灘)해양공원을 비롯한 다롄시의 국가급 관광지에서는 디지털 위안화로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유명 관광지인 하이난성에서도 면세점과 주요 관광지에서 디지털 위안화 결제가 가능해졌다.

이처럼 중국 각지에서 디지털 위안화 사용이 점차 늘어나면서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정식 도입을 선언하는 날이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2016년부터 법정 디지털 화폐 준비에 나선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정식으로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CBDC)를 발행하는 나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로는 서두르기보다는 충분한 시험을 통해 내실을 다진 뒤 디지털 위안화 정식 도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리보(李波) 인민은행 부행장은 지난달 보아오포럼에서 "현재 (디지털 위안화 도입의) 명확한 시간표는 없다"며 "전국에 디지털 위안화를 보급하기 전에 먼저 계속 시험을 잘 진행하는 등 몇몇 남은 일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이 전국에 전면적인 도입을 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내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 때 디지털 위안화를 정식으로 선보이면서 안팎에 대대적으로 선전할 것으로 본다.

중국이 법정 디지털 화폐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미중 갈등 속에서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하는 한편 민간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 양사가 장악한 금융 인프라를 국가 주도로 재편하는 등의 다양한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