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자재부터 주식, 비트코인까지 안 뛴 게 없다. 100년 전 광란의 20년대(Roaring 20’s)를 보는 것 같다.”(월스트리트저널)

미국에선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미 정부와 중앙은행(Fed)이 적극적인 ‘돈 풀기’를 해온 데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효과로 경제가 급반등하고 있어서다.

가장 최근 지표인 지난 3월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상승했다. 2018년 8월 이후 최고치다. 전달(1.7%)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0.9%포인트나 커졌다. Fed가 주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근원 가격지수는 작년 2월 이후 최고치인 1.8%(3월 기준) 올랐다. 한 제조회사 임원은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35년간 구매를 담당해왔는데 요즘처럼 모든 원자재 값이 한꺼번에 오른 걸 본 적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무엇보다 미 경제의 회복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0.5로 2007년 5월 집계를 시작한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하는 같은달 제조업 PMI 역시 11개월 연속 확장세를 보였다. 올 3월 집값은 1년 전보다 17.2% 치솟았다. 1999년 이후 22년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4~5월의 물가 지표는 훨씬 큰 폭으로 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작년 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시기여서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 1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우리 회사가 주택건설 업체를 여럿 보유하고 있는데 목재,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이 매일 뛰고 있다”며 “엄청난 물가 상승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제품 및 서비스 가격을 줄줄이 올릴 채비를 하고 있다. 아기용품과 화장지 등을 판매하는 소비재 업체 킴벌리클라크는 다음달부터 다양한 제품군의 가격을 7~8% 올릴 방침이다. 세계 최대 생필품 업체인 프록터앤드갬블(P&G)은 9월부터 비슷한 폭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코카콜라, 쉐이크쉑, 호멜푸드 등도 조만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예고했다.

세계적 투자자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물가 상승세는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당국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