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가 재개된 3일 코스닥지수가 2% 넘게 급락했다. 바이오주에 공매도가 집중된 영향이다. 사진은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허문찬 기자
공매도가 재개된 3일 코스닥지수가 2% 넘게 급락했다. 바이오주에 공매도가 집중된 영향이다. 사진은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허문찬 기자
작년 코로나19 이후 상승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이 맞붙었다. 외국인은 팔고, 개인은 샀다. 주가는 급등했다. 개인의 승리라고들 했다. 외국인과 개인이 1년여 만에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공매도 전선이 형성됐다. 공매도가 14개월 만에 재개된 3일 외국인은 1조원에 이르는 공매도 공세에 나섰다. 바이오, 2차전지, 운송 등 개인이 많이 산 주식이 주로 공매도 대상이 됐다. 이들 종목의 주가는 급락했다. 바이오, 2차전지주가 시가총액 상위에 많이 포함된 코스닥시장 피해가 더 컸다. 유가증권시장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실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어 외국인이 공매도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외국인 1조 '공매도 폭탄'…개미 많이 산 종목에 집중 포화

“공매도 예상보다 강도 셌다”

3일 외국인은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에서 총 9718억6300만원어치를 공매도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 이전인 지난해 1~3월 하루평균 공매도 금액이 6000억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강도는 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두 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액인 6228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이 여파로 코스피지수는 0.66%, 코스닥지수는 2.2% 하락했다.

공매도는 개인이 투자한 종목으로 향했다. 이날 코스닥 공매도 거래대금 2위는 셀트리온헬스케어였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해 개인이 2710억원을 사들인 코스닥 순매수 1위 종목이다. 이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5.97% 급락했다. 공매도 거래대금 1위인 씨젠도 8.01% 급락했다. 씨젠 역시 개인이 연초 이후 1000억원 가까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3~10위 종목도 마찬가지였다. 케이엠더블유(-8.01%) 현대바이오(-8.18%) 카카오게임즈(-4.61%) 에이치엘비(-4.23%) 등도 급락세를 보였다. 제넥신, 셀리버리, SFA반도체도 일제히 하락했다. 공매도 거래대금 10위인 셀트리온제약도 5% 넘게 하락했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은 심리 때문이라도 공매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아 외국인이 고평가됐다고 판단하는 바이오 종목들이 코스닥시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선방한 코스피

반면 기관과 외국인 비중이 높은 유가증권시장은 공매도의 충격을 덜 받았다. 낙폭이 과대한 자동차, 반도체, 보험 등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충격이 상쇄된 영향이다. 하지만 유가증권시장도 총 7539억원에 달하는 외국인 공매도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했다.

이날 셀트리온은 공매도 거래대금이 710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주가는 6.2% 하락했다. 낙폭으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가운데 가장 높았다. 공매도 거래대금 3위(292억원)인 신풍제약은 12.18% 급락했다. 전체 유가증권시장에서 낙폭 5위를 나타냈다. 셀트리온과 신풍제약은 연초 이후 개인들이 각 8435억원, 2245억원 순매수한 종목이다.

공매도 4위인 LG화학은 2.68%, 5위 HMM은 5.74% 떨어졌다.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차는 공매도 거래대금 8~10위를 기록했지만 주가는 올랐다. 기아는 4.03% 오른 8만100원에 거래를 마쳤고, 현대차는 2.83% 상승한 21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PER 높은 종목 주의보

이날 증권업계에서는 5월부터 물가 상승이 가속화하면서 성장주 위주로 공매도 강도가 세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물가 상승에 따라 금리가 올라가고, 금리 상승에 취약한 성장주가 공매도의 영향권에 놓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공매도 자체가 주가의 방향을 결정짓지 못하지만 리스크 요인과 결합할 때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지난 4월부터 곡물 가격 등 주요 원자재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때문에 밸류에이션이 높은 종목 투자에는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로 이날 PER이 높은 종목들의 낙폭이 더 컸다. 이날 10.98% 급락한 두산퓨얼셀은 12개월 선행 PER이 122배, 6% 이상 떨어진 셀트리온은 44배로 나타났다. 공매도 단골로 등장하는 코스닥 바이오주는 PER이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강 팀장은 “이달부터 인플레이션 논쟁이 재점화하면서 고밸류 주식은 다시금 취약해질 수 있다”며 “이들 종목에 공매도가 집중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의명/고재연/이슬기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