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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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주식 시장은 보이지 않는 공포가 지배하는 분위기였다. 오는 3일 공매도 부분 재개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경계와 관망 속에 지난 27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주초 3217.53이었던 코스피 지수는 3147.86까지 밀리면서 2.16% 떨어졌다. 14거래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관과 외국인은 줄곧 팔아치웠고, 개인들은 순매수하면서 버티려 했지만 소용 없었다. 등락하면서 호재가 종종 나왔던 뉴욕증시도 통하지 않았다. 이른바 공매도 포피아(공포증) 발휘된 셈이었다. 공매도 주사위는 던져졌다.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주식시장이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러한 시장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개미)이 어떻게 대응할지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최장 기간 공매도 끝나는 주식시장, 신입 동학개미들 '덜덜'

증권시장에는 유명한 투자의 철칙이 있다. '공포에 사고 탐욕에 팔라'다. 거꾸로 투자라고 불리는 투자로 남들이 공포를 느낄 때 주식을 사고, 시장이 환희를 넘어 탐욕스러워지는 것 같으면 주식을 팔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러한 거꾸로 투자가 제대로 먹히는 경우가 있다. 바로 공매도다. 주식이 하락할 때 일반적인 투자자와는 달리 산다. 탐욕으로 치솟는 주가 그래프를 보면서는 매도를 해야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공매도는 일반적인 주식과는 반대를 선택하는 셈이다. 이런 선택을 하려면 남다른 깡이 필요할 것 같지만, 실제 필요한 조건은 태생이었다. 주식투자 주체가 기관이나 외국인이어야만 공매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라면 공매도에 접근하기 어려웠고, 이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공매도는 지난해 3월16일 3번째로 전면 금지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코스피 지수가 1400선까지 급락하면서 긴급 시행된 조치다. 이후 일반 투자자들이 공매도 재개를 반대하면서 2차례 연장했다. 이러한 사이 역대 최장으로 늘어지게 됐다. 공매도 영향이 적은 코스피200과 코스닥 150 종목부터 공매도가 재개된다.
다시 열리는 공매도…신입 동학개미들 '후덜덜' 공포 [공매도 포비아①]
지난 1년 2개월간 공매도가 불가능했던 우리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동학개미'라고 볼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어 오면서 '동학개미 1000만명 시대'가 열렸다. 새로 유입된 개미들이 많다보니 '설(說)'로만 들었던 공매도에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실제 주식관련 커뮤니티에는 최근들어 공매도를 문의하는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공매도가 대체 뭐길래, 이렇게 난리인가요?", "주식을 빌려서 팔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하는데, 왜 주변에서 제 주식의 가격이 내린다고 말할까요', "공매도가 무엇인지 설명 좀 해주세요" 등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기는 거래이다. A종목의 주식을 빌려 1만원에 팔고 7000원에 사서 갚으면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3000원의 이익이 나는 것이다. 통상 공매도 투자의 원칙은 '비싸게 팔고, 싸게 사자'는 것인만큼 대다수 공매도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이 예측될 때 활발히 움직인다.

개인들도 가능하다지만…기관·외국인에 여전히 유리한 공매도


주식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인다. 주식을 사려고 하는 투자자가 많으면 주가가 오르고, 주식을 팔려는 투자자가 많아지면 주가가 떨어지는 식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져야 돈을 벌 수 있어 추가 상승을 제한하게 된다.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다.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를 두려워하는 것은 종목에 공매도가 몰릴 경우 가격 하락이 가속화되고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시가 출렁일 때 투기적 공매도가 집중되면 주가 하락폭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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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제도가 기관과 외국인에게 유리하게 짜여진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도 여전하다. 앞서 금융당국은 개인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개인대주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17개 증권사가 2조~3조원 규모의 대주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대주제도를 이용하는 개인투자자는 최장 60일의 차입기간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공매도 상환기간 두고서는 차별히 여전한 상태다. 개인이 60일인 반면 기관·외국인은 '상환요구시 언제든'이라서 사실상 무기한이다. 개인은 60일 이내에 손실이 나도 무조건 갚아야 하지만 의무 상환기한이 없는 기관과 외국인은 주가가 내릴 때까지 무한하게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주식시장에서 막대한 자금력과 정보력을 가진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개인은 승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외국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한 공매도 주체들이 공매도에 나설 경우 증시의 하방압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며 "개인 투자자의 자금력이 탄탄한 것도 아니고, 공매도에 발맞춰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개인들은 공매도를 무서워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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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주가하락 원흉?…'과열 브레이크' 역할

공매도는 무조건 나쁜 것일까? 나쁘다면 굳이 재개할 이유도 없을 테지만, 공매도는 나름의 순기능을 갖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공매도의 대표적인 순기능으론 고평가된 주식 가격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역할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이 과열되며 주가가 적정 가격보다 높아졌을 때 공매도로 주가가 내려가는 과정에서 기업의 실제 기초체력(펀데멘탈) 등이 드러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거품(버블)이 한 번에 터지기보다 공매도를 통한 조정 과정을 거쳐 연착륙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는 주가가 가장 쌀 때 주식을 사서 가장 비쌀 때 팔고 싶어한다"면서 "실제로 매입·매도가 일어나는 과정을 살펴보면, 사람들은 주가가 오를 때 주식을 더 많이 사고 주가가 떨어질 때 더 많이 파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만약 비쌀 때 주식을 계속해서 사들인다면 무슨일이 발생할까. 주가 그래프는 주식값이 올라갈 때 더 가팔라지고, 주식값이 하락할 때 더 크게 하락하는 등 기울기가 점점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고점과 저점 사이의 변동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이 경우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익을 볼때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겠지만 반대로 하락할 때는 큰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통상 공매도 투자자들은 일반 투자자들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주가가 오를 때 주식을 팔고, 주가가 떨어질 때 주식을 산다. 따라서 주가가 오를 때 매도 주문이 나와 더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주가가 떨어질 땐 매수 주문을 내서 가격이 더 떨어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공매도가 금지한 나라는 한국, 인도네시아 단 2곳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공매도 규제로 시장 유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서 공매도가 합법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오히려 공매도를 금지하는 동안 외국인 자금이 국내에 쉽게 들어오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면서 "향후 공매도가 재개되어야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돌아오면서 시장 유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계속)

류은혁 /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