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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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직원의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광통신 부품 개발업체 우리로가 소액주주들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현 경영진의 위법행위에 의심을 품은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경영 참여를 선언하면서, 최대주주 지분이 14%대에 불과한 우리로 경영진을 상대로 승기를 거머쥘지 이목이 쏠린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로는 지난달 20일 경영기획실장인 최모씨의 횡령·배임사실을 확인하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 이에 따른 외부감사 '의견거절'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이후 회사 측이 상장폐지 관련 이의신청서를 접수하면서 내년 4월14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상태다.

최씨는 회삿돈 27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횡령 금액은 자기자본 대비 8.3%에 해당한다. 회사 측은 최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해 현재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우리로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최씨의 횡령 혐의로 우리로의 주식이 지난 22일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로의 소액주주는 8401명이고 주식수는 2274만9896주(지분율 80.78%)에 달한다. 현재 거래가 중단된 주가 1910원 기준 소액주주가 들고 있는 주식가치는 434억원에 이른다.

소액주주들은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와 우리로 경영참여를 위한 법률자문계약을 체결하면서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이번 횡령 사건과 관련해 현 경영진의 공모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종표 우리로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회사에 실질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박세철 우리로 대표와 면담도 했지만 핵심 경영사항은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현 경영진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횡령건은 자기자본의 8%에 달하는 27억5000만원을 횡령한 사건"이라며 ""대표 등 경영진이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우리로 측은 그러나 이번 횡령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라며 경영진과의 연관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횡령사건 이후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추가 감사를 받았다"며 "회계법인으로부터 경영진과는 연계성이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경영 참여 선언한 소액주주들, 목소리 낼까?

소액주주연대는 우리로의 감사 선임부터 나설 계획이다. 우리로가 업무상 횡령 및 이에 따른 감사의견 거절로 매매가 정지된 만큼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선 회사 전반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종표 주주연대 대표는 "개인 주주들의 주식보유 현황 파악, 소송비용 모집, 실질주주명부 확보 등 실무 활동에 돌입했다"면서 "현 경영진이 선임한 감사에게 감사 업무를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선 원앤파트너스와 함께 주주명부 열람·감사 선임 안건을 상정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위임장 수거 등에 나설 예정이다. 임시주총 요구를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 주주제안권은 6개월 이상 보유 1% 이상의 주식이 모여야 한다.

소액주주가 대주주를 이길 수 있을까. 경영진의 무능 내지 비리를 이유로 주주연대가 경영권 분쟁을 제기한 숱한 시도가 있었지만 종국에 승리를 거머쥔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로의 최대주주는 인피온으로, 지분율은 14.6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피온의 최대주주(100%)는 박세철 대표다.

게다가 감사 선임안건의 경우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결집도에 따라 임시주총에서 치열한 표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이번에 뜻을 함께하겠다고 밝힌 주주들의 지분율이 20%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정병원 원앤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는 "1차적으로 감사 선임부터 시작해 궁극적으로 소액주주와 회사 가치를 회복하는 이사회로 재편하고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법리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