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쌍림동 CJ제일제당 본사. /사진=CJ제일제당
서울 중구 쌍림동 CJ제일제당 본사. /사진=CJ제일제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를 누리던 CJ제일제당 주가가 주춤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집밥 열풍에 작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섰던 게 역기저 부담으로 돌아왔다. 증권가는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이 역기저 부담을 상쇄시키며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전날 40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25일 사상 최고가(장중 47만4000원)을 경신한지 석 달 만에 13% 넘게 떨어진 수준이다.

작년 코로나19로 인한 사상 최대 실적이 주가 상승에 독이 됐다. 역기저 부담으로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너무 올라버린 실적과 주가에 상대적으로 부진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실적 너무 좋았나?…주가 빠지는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415억원으로 전년 대비 73% 증가했다. 매출은 10.9% 늘어난 14조1637억원이었다. 이는 연결 재무재표로 함께 집계되는 CJ대한통운 실적은 제외한 수치다. CJ대한통운 실적을 빼고 CJ제일제당 단독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 와중에 기관 투자자가 CJ제일제당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도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기관은 장중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1월25일 이후 전날까지 석 달간 985억원 순매도 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같은 기간 906억원 사들이면서 기관의 매도 물량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다. 외국인은 111억원 사들이는데 그쳤다.

주가 조정폭은 CJ제일제당의 기초체력(펀더멘탈)을 고려할 때 과도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정간편식(HMR)의 소비 패턴이 고착화됐고,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축산 산업이 호황을 보이자 사료용 아미노산을 생산하는 바이오사업 부분의 호실적이 예상돼서다.

축산 사료의 원재료로 옥수수, 대두박 등 곡물이 주로 쓰이는데 최근 글로벌 곡물 가격 상승으로 아미노산이 대체 재료로 쓰이고 있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최근 몇 년간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으로 급감한 돼지사육두수가 점차 회복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사료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아미노산 사료가 곡물 축산 사료의 대체재로 각광 받고 있다. 사료용 아미노산을 생산하는 CJ제일제당에게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주가는 40만원대인데…목표주가는 60만원 넘어

이달 들어 NH투자증권(60만원) 대신증권(55만원) 삼성증권(62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61만원) 카카오페이증권(52만원) 하나금융투자(62만원) 유안타증권(56만원) 한국투자증권(58만원) KB증권(57만원) 키움증권(61만원) 10곳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평균 목표주가는 58만4000원이다. 전날 종가인 40만9500원보다 43% 가량 상승여력이 있다는 것 진단이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 부문이 호황을 누리며 역기저 부담을 상쇄할 것"이라며 "최근 베트남 고돈가 기조가 유지되면서 사료 대체재가 부각되고 있고, 중국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료첨가제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것이 CJ제일제당 입장에선 호재"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CJ제일제당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보다 각각 5.6%, 18.1% 오른 6조1586억원과 325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는 영업이익 시장전망치(컨센서스)인 3290억원에 부합하는 실적"이라고 덧붙였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