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美 경제 정상화 기대보다 어려울 것…주식 줄여야"
미국 경제의 재개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정상화 과정은 기대보다 느리거나 혹은 평탄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경기 회복세가 기대에 못미친다면 이미 경제 정상화를 주가에 반영하고 있는 뉴욕 증시가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수석투자책임자(CIO)는 26일(현지시간) '경제 재개 : 전적으로 실행의 문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경제 재개에 흥분하기보다는 실행 위험, 그리고 이미 (완전한) 경기 회복이 주가에 반영되어 있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윌슨 CEO는 이로 따라 소형주, 재량소비재주보다 우량주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모건스탠리는 우선 공급 문제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윌슨 CIO는 "많은 기업들로부터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공급이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밝혔다. 공급 문제는 반도체 등 특정 부품과 소재에서 노동력 문제까지 번지고 있다.

그는 "공급 문제들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지만 워낙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주요 지수가 계속 상승하자 이를 걱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주식의 위험 프리미엄은 우리가 보기엔 위험에 비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수요에서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경기 사이클은 많은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만 실업률만큼 중요한 변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는 이미 팬데믹으로 잃어버린 일자리의 80%를 되찾았으며 실업률은 6.0%까지 떨어졌다. 윌슨 CIO는 "이번 경기 침체와 회복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발생 속도'"라며 "역사적으로 보면 불황이 끝나기 전에 실업률이 이렇게 빨리 회복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 활동이 채 회복되기도 전에 이미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소매 판매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찾아볼 수 있다. 소매 판매는 침체 기간 동안 매우 높게 유지됐다. 윌슨 CIO는 "경기 침체기에 실제 소매 판매가 매년 증가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엔 소매 판매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소매 판매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같은 상승 추세를 유지했다고 가정했다고 보고 추정한 수치보다도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윌슨 CIO는 "팬데믹이 없었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더 많은 소매 판매가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억눌린 수요가 있을까. 경제가 재개되면 수요가 원래로 돌아가 줄어드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모건스탠리는 선제적으로 나타난 소매 판매 수요가 경제 재개 이후에 정상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감소)고 보고 있다. 윌슨 CIO는 "이런 위험은 그동안 별달리 논의되지 않은 간과된 위험"이라고 설명했다.

윌슨 CIO는 여행, 여가활동 등 팬데믹 기간에 할 수 없었던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즐기는 데 드는 비용은 증가하고 있다. 공급망 혼란과 소재부품 가격뿐 아니라 노동력 부족도 널리 보고되고 있다. 최근 전미자영업연맹(NFIB)이 실시한 중소기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91%가 일자리를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단기적으로는 기업 이익에 대한 압박을 의미하며, 장기적으로는 미 중앙은행(Fed)과 많은 투자자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윌슨 CIO는 "경제 재개는 꿈꾸는 게 실제 재개하는 것보다 훨씬 쉬울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이런 실행 위험이 수익 기대치, 가격 등에 더 잘 반영될 때까지 주식 위험을 줄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