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역대급’ 흥행에 성공하며 기관 청약 경쟁률 기록을 갈아치웠다. 공모가도 희망가격의 최상단인 10만5000원에 결정됐다.
SKIET 기자간담회에서 노재석 SKIET 대표가 답변하고 있다.
SKIET 기자간담회에서 노재석 SKIET 대표가 답변하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IET는 지난 23일까지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한 결과 경쟁률이 1882.88 대 1로 집계됐다.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 자산운용사뿐만 아니라 블랙록 등 해외 기관투자가들까지 대거 몰리며 첫날 경쟁률만 1000 대 1을 넘어섰다. 기관투자가들의 청약금액은 총 3166조원에 이른다. 청약경쟁률과 기관 청약 자금 모두 역대 최고다. 올 들어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투자자 신청 자금이 1000조원,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1275.47 대 1이었다.

공모가는 희망가격의 최상단인 10만5000원으로 결정됐다. 기관들 중 가격을 제시하지 않은 11.4%를 제외한 88.6%의 기관이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 이상을 써냈다. 하지만 회사 측은 공모가를 상향 조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SKIET의 공모 규모는 2조2460억원으로 역대 공모 규모 4위에 달하게 됐다. 역대 1위는 2010년 5월 상장한 삼성생명(4조8881억원)이었다. 그 뒤를 이어 넷마블(2조6617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2조2496억원) 순이다.

SKIET 청약 기관 중 ‘일정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의무보유 확약 신청 비중은 63.2% 내외였다. 국민연금공단 등 연기금들이 3개월 이상 확약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팜(81.15%), SK바이오사이언스(85.27%)에 비해 비중은 다소 낮아졌다.

대표 주관을 맡은 미래에셋증권은 “기관투자가들이 2차 전지산업, 신성장 업종의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다”며 “프리미엄 분리막 시장 1위인 SKIET의 중장기 성장 전략에 대해서도 좋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IB업계에서는 대표 주관을 맡은 미래에셋증권의 전략도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한 IPO 담당자는 “청약 첫날 눈치를 보다가 경쟁률이 나온 후 둘째날 희망가격을 결정하는 기관이 많다 보니 첫날 저조한 경쟁률이 흥행 부진으로 이어질 때도 있다”면서 “미래에셋증권은 우선 신청 기관들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기관투자가들을 첫날로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상장 후 ‘따상’하면 시총 20조원

SKIET는 28~29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는다. 증권사 간 중복청약이 가능한 사실상 마지막 대어로 투자 열기가 뜨거울 전망이다. 역대 최고 공모청약 증거금이 모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상장 후 주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SKIET가 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를 기록(일명 ‘따상’)할 경우 주가는 27만3000원으로 1주당 16만8000원의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 시가총액은 19조5000억원에 육박하게 된다. 코스피 시총 23위 엔씨소프트(18조7487억원), 24위 삼성생명(16조9000억원) 등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모 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과도 비슷하다. 이 때문에 ‘따상’이 유지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상장 직후 유통 물량은 24%로 전체 주식 수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러나 공모가 상단 기준 1조8000억원어치로 규모가 커서 주가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청약은 미래에셋, 한국투자증권, SK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에서 가능하다.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많은 청약 물량을 가지고 있다. 일반투자자 대상 물량(256만6800주) 중 절반인 119만1729주를 균등배정 물량으로 배정했다. 균등배정은 최소청약수량인 10주만 청약해도 최소 1주씩 주식을 나눠주는 제도다.

공동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일반배정 물량의 절반인 82만5043주를 배정받았다. 인수회사인 SK증권은 36만6686주, 삼성증권 9만1671주, NH투자증권 9만1671주 등이다. 5개 증권사에 모두 10주씩 청약할 경우 4~9주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