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투, 쿠콘 공모주 청약증거금까지 포함해
주식 투자자예탁금 75조 첫 돌파?…증거금 포함 착시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사상 처음 75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집계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75조7천88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날 69조1천830억원보다 무려 6조6천억원이 증가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 매수를 위해 주식 계좌에 대기 중인 자금이다.

개인과 기관, 법인을 모두 포함한다.

각 증권사 예탁금의 합산으로 이뤄진다.

예탁금은 강세장에서 증가한다.

주식을 사려고 하는 자금이 몰리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초에는 30조원 안팎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극에 달했던 작년 3월 이후 국내 증시가 달아오르면서 급증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3,000선을 돌파하며 치솟았던 지난 1월에는 74조4천559억원(12일)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예탁금이 증가한다고 해도 하루에 조 단위로 급증하는 것은 흔치 않다.

열풍을 몰고 온 기업에 대한 일반 공모주 청약이 끝난 뒤 증권사들이 고객들에게 증거금을 돌려줄 때 이 증거금이 예탁금으로 잡히면서 수조원이 늘어나곤 한다.

실제 역대 최대 규모인 63조6천억원이 몰렸던 SK바이오사이언스의 청약(3월 9∼10일)이 끝나고 증거금이 반환된 지난달 12일 예탁금은 하루 새 6조4천억원이 늘어났다.

또 58조5천억원을 끌어모은 지난해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증거금이 반환됐던 작년 9월 4일 예탁금이 전날보다 약 16조원 급증했다.

이와 반대로 청약 마지막 날에는 예탁금이 줄어든다.

카카오게임즈와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 마지막 날 예탁금은 각각 11조원과 7조3천억원이 줄어들었다.

투자자들이 예탁금으로 공모주 청약에 나서기 때문이다.

[표] SK바사, 카카오게임즈 및 쿠콘 청약시 예탁금
(단위 : 백만원)
┌───────────┬────────┬────────┬───────┐
│구분 │첫째날 │마지막날 │증감 │
├───────────┼────────┼────────┼───────┤
│쿠콘 │69,183,003 │75,788,385 │6,605,382 │
├───────────┼────────┼────────┼───────┤
│SK바이오사이언스 │68,099,688 │60,402,815 │-7,696,873 │
├───────────┼────────┼────────┼───────┤
│카카오게임즈 │59,556,306 │48,625,698 │-10,930,608 │
└───────────┴────────┴────────┴───────┘
※ 금융투자협회

그러나 75조원으로 늘어난 이번의 경우 하나금융투자가 신고한 예탁금이 평소보다 7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금투는 "쿠콘의 공모주 청약에 돈이 몰리면서 예탁금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공모주 청약을 위한 증거금을 예탁금으로 신고했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끝난 비즈니스 데이터 업체 쿠콘의 공모주 청약에는 14조5천억원이 몰렸는데, 하나금투가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9조3천억원이 몰린 네오이뮨텍의 일반 청약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5일에도 예탁금은 전날보다 오히려 5조3천억원이 증가했다.

네오이뮨텍의 일반 청약도 하나금투가 주관사였다.

하나금투 측은 "그동안 담당자가 바뀌면서 제대로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을 계획"이라고 뒤늦게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