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20년7개월 만에 1000 고지 밟아

'박스피'에 실탄 들고있던 개미들, 코스닥으로 관심 돌려
바이오·IT·엔터 등 성장성 높은 업종 새 상승동력으로
전문가 "외국인 투자자도 귀환…시장 에너지 살아있다"
코스닥지수가 20년7개월 만에 ‘천스닥’ 고지에 올라선 것은 성장성을 갖춘 포트폴리오의 힘이었다. 바이오, 2차전지, 미디어콘텐츠, 게임주 등이 고르게 오르면서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버블’ 악몽을 씻어내고 다시 한 번 가보지 않은 길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조정기를 거친 국내 증시가 외국인의 귀환 등에 힘입어 연초 이후 또 한 차례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바이오 '끌고' 2차전지·게임·콘텐츠 '밀고'…확 달라진 포트폴리오

코스닥도 황금포트폴리오
지수가 1000을 돌파한 12일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6개 종목이 일제히 상승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씨젠 등 바이오 대장주들을 비롯해 게임(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2차전지(에코프로비엠) 등이 동시에 코스닥지수를 밀어올렸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하락했던 씨젠 주가는 나흘 새 35.35% 급등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이 일단락되면서 2차전지 관련주도 큰 폭으로 올랐다. 에코프로비엠(8.54%) 엘앤에프(7.76%)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11.26포인트(1.14%) 오른 1000.65로 마감했다. 4거래일 연속 올랐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62억원, 20억원어치 순매수했고 개인은 19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1000선을 넘어선 것은 2000년 9월 14일(1020.70) 이후 약 20년7개월 만이다. 게임, 미디어콘텐츠 등 새로운 성장주가 떠받치던 코스닥지수가 2차전지, 바이오주가 살아나자 단숨에 1000 고지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그간 코스닥 상승세는 바이오주가 주도해왔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을 이끌던 5개 대형 바이오 종목의 시가총액이 올 들어 10조원 가까이 증발하면서 ‘천스닥’ 문턱에서 미끄러진 코스닥지수는 한동안 지지부진했다. 한 달 전만 해도 900선 아래로 밀리기도 했다. ‘데블시스터즈’ 등 일부 종목이 급등주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대형주에 밀려 투자자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악몽과 함께한 20년
IT 버블이 급격히 꺼진 2000년 9월 15일 코스닥지수는 992.50에 마감됐다. 벤처 육성을 위한 코스닥 활성화 방안이 발표된 1999년 이후 2834.40(2000년 3월 10일)까지 치솟았던 지수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무너졌다. 이 기간 52조2000억원의 시총이 증발했다. 1000선에 복귀하는 데 꼬박 20년이 걸린 셈이다. 코스닥이 20년간 헤매는 동안 나스닥은 200% 넘게 뛰었다.

20년간 코스닥은 체질을 바꿨다. 닷컴버블 당시(2000년 9월 15일 기준) 시총 1위는 국내 휴대폰 시장 태동기 급성장했던 이동통신사 한통프리텔이었다. 한통엠닷컴(3위) 하나로통신(4위) 다음(7위) 새롬기술(8위) 등 IT 업체도 시총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바이오, 소재, 게임 업체 등이 고르게 포진한 지금과는 달랐다. 이후 바이오업체들이 주도하던 상승세는 서서히 반도체, 2차전지, 5세대(5G) 이동통신, 소재·부품업체로 옮겨 붙었다.
IT·엔터가 새로운 상승동력
전문가들은 코스닥지수 내 업종별 차별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초까지 코스닥지수는 바이오·제약에 따라 좌지우지됐다. 바이오 업종의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반도체 장비와 2차전지 소재주, 미디어 콘텐츠·엔터테인먼트 관련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코스닥지수를 이끄는 새로운 동력으로 떠올랐다.

기존에 ‘코스닥=바이오’라는 시각으로는 코스닥시장의 흐름을 설명할 수 없게 됐다. 드라마 콘텐츠주인 스튜디오드래곤이 시총 10위로 다시 올라선 게 대표적이다.

장화탁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바이오 중심으로 움직였던 코스닥지수가 IT와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중심으로 상승동력이 다양화되고 있다”며 “중장기 성장성이 높은 산업이 주도 업종이 된다는 게 코스닥시장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박재원/고윤상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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