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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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주가 최근 한달새 12% 오르며 약진했다. 코스피 박스권에 갇힌 ‘개미’들이 그간 저평가됐던 중소형주로 발길을 옮긴 영향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실적 시즌에 접어들면 다시 대형주의 시간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형주 위주 미국 S&P500 지수가 지난 9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이 같은 시각에 힘을 싣는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달 사이(3월12일~4월12일) 코스피 소형주 지수는 11.6% 상승했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2.5%)를 웃돈다. 코스피 소형주 지수는 14거래일 연속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 1달간 중형주와 대형주 지수는 각각 6.0%, 1.9% 올랐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이 기간 소형주 지수가 10.8% 올라 코스닥 지수 상승률(7.8%)은 물론 중형주(9.3%)나 대형주(4.8%)를 뛰어넘었다.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시가총액 1위부터 100위까지 종목으로 구성된다. 중형주 지수는 101위부터 300위까지, 소형주 지수는 301위 이하 종목을 편입해 구성한다. 코스닥 대형주 지수는 시가총액 1~100위, 중형주 지수는 101~400위, 소형주 지수는 401위 이하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소형주가 날개를 단 건 ‘동학개미운동’ 이후 장세를 이끌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자 중소형주로 눈을 돌려서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지수가 전고점을 뚫지 못하고 횡보하면서 저평가된 소형주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까닭”이라며 “대형주 중심의 상승장이 재현될때까지는 이런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재개 기대와 '부동산 선거'가 된 4·7 재보궐선거 결과로 건설 관련주가 최근 강세를 보인 게 영향을 미쳤다. 선거 국면에서 요동친 ‘정치인 테마주’도 대부분 소형주 종목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1분기 실적 시즌에 돌입하면 대형주 강세로 국면이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경우 실적 시즌이 다가오자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가 최근 대형주 지수에 비해 약세를 보였다”며 “결국 시장은 대형주가 이끌기 마련이므로 중소형주, 대형주 간 ‘키 맞추기’ 구간이 끝나면 다시 대형주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센터장은 “경기가 본격적으로 반등하면 철강 등 경기민감주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장에서 다우지수는 0.89% 상승한 33,800.60 포인트에, S&P 500 지수는 0.77% 오른 4,128.80 포인트에 마감했다. 각각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나라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속도가 다르고 미·중 분쟁 등 수출 시장의 악재가 남아있는 게 변수다. 박소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이 나왔지만 국가 간 차별화, 산발적 재확산 등 남아 있는 문제들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시장이 깨달아가는 중"이라며 "선별적 경제 재개와 경기부양에 따른 혜택을 볼 수 있는 내수주와 중소형주가 당분간 주도주가 될 것"이라고 했다. 수출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 추세를 보이는 건 코로나19 초반 충격이 커 기저효과로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