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식시장을 밀어올린 세 가지 키워드는 유동성, 저금리, 코로나19였다. 올해 2분기 이 거대한 흐름이 바뀌고 있다. 미국 등에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집단 면역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바뀌면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언제 유동성이 회수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경기민감주와 성장주가 하루씩 번갈아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주도주를 확인하는 것도 어렵다.
"주도주가 안 보인다…'바벨 전략' 이중 삼중으로 짜라"

시장 흐름 변화에 대비할 때

한국경제신문은 11일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증권의 프라이빗뱅커(PB)와 상품지원 담당자에게 변동성의 시기 자산 배분 전략을 물었다. 모두 공통적으로 ‘이중 바벨 전략’을 추천했다. 기존의 성장주 위주로 꾸려놨던 포트폴리오를 주식형 자산과 인컴형 자산, 경기민감주와 성장주로 분산하라는 것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상품지원담당 본부장은 “지금은 수익률 극대화보다 변동성 회피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소외됐던 인컴형 자산과 경기민감주·가치주·콘택트주에 대한 비중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미다.

지역별 비중도 마찬가지다. 미국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유럽과 아시아로 다변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은 계속 미국에 있겠지만, 향후 수개월간은 4차 산업혁명보다 경기 회복과 보복 소비가 시장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은행 보험 자동차 화학 에너지 등 경기민감주 비중이 높은 유럽 증시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별 비중에 대해서는 관점이 조금씩 달랐다. 조혜진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이사는 “글로벌 수요 회복은 수출주 중심의 한국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로 국내 자산 투자 비중을 50%로 가져가라고 제안했다. 반면 서재연 미래에셋 갤러리아WM 상무는 “이달에 백신 접종률이 90%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을 가장 선호한다”며 이 지역 투자 비중을 60%로 제시했다.

중국 시장은 1분기만큼 큰 기저 효과가 나타나지는 못할 전망이다. 대신 내수 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중국 소비재펀드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하라는 조언이 나왔다. 서 상무는 미래에셋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펀드에 25% 정도 투자할 만하다고 추천했다.

경기민감주와 성장주 교집합은

종목별로 경기민감주와 성장주의 교집합에 속하는 ‘그린 콘택트주’에 대한 추천이 많았다.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GWM센터 팀장은 NH아문디100년기업그린코리아 20%, 한국투자글로벌전기차&배터리에 10%를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짰다.

글로벌 테크 주식도 포트폴리오에서 빠질 수 없었다. 미래에셋은 검증된 인기 펀드인 AB미국그로스(25%), 삼성증권은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16.5%)를,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웰링턴글로벌퀄리티H(20%)를 추천했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페이팔 등 개별 종목을 추천했다.

명품을 포함한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나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투자하는 펀드에 주목하라는 의견도 있었다. 조 이사는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펀드에 6%, 김 본부장은 삼성픽테프리미엄브랜드펀드에 8%를 투자할 만하다고 추천했다.

금리 변수 반영해 일드형 자산↑

금리 변수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반영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채권 이자, 주식 배당 등 보유 자산을 매도하지 않고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일드형 자산’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2% 가까이 상승한 미국 국채, 5% 이상 쿠폰이 가능해진 스텝다운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 경기 회복 수혜를 받는 데다 배당 수익률이 5% 넘어가는 리츠 등 다양한 일드형 자산의 수익률이 크게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은 삼성누버거버먼글로벌인컴펀드에 20%, 삼성증권은 미국 가치 배당주에 투자하는 미국밸류인컴랩(15%)을 추천했다.

채권 투자에 대한 대안으로 리츠 비중을 높일 만하다는 조언도 많았다. 한국투자증권은 하나UBS글로벌리츠부동산을, NH투자증권은 맥쿼리인프라, 롯데리츠, 에쿼티레지덴셜 등을 추천했다. 조 이사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형 주식형 자산과 리츠 등 일드형 자산을 ‘바벨 전략’으로 투자할 때”라고 조언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