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자산어보’ ‘귀멸의 칼날’. 상영 중인 이 영화의 공통점은 개봉일이 수요일이라는 것이다. 주말 전에 오프닝 스코어를 올려 주말 상영관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전통적 영화 배급 전략을 따랐다. 하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판도를 바꾸고 있다. 코로나19도 OTT 중심의 ‘금요일 개봉 시대’를 앞당기면서 관련주 희비가 엇갈린다.

9일 영화 배급사 NEW는 5.56% 오른 1만2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영화 ‘낙원의 밤’이 넷플릭스에서 개봉하는 게 호재였다. ‘낙원의 밤’은 ‘마녀’ ‘신세계’ 등을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다. 준비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관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방향을 틀었다. 이날 OTT 관련주로 꼽히는 CJ ENM(1.49%) 삼화네트웍스(1.89%) 제이콘텐트리(0.21%) 등도 올랐다. 넷플릭스와 제휴 계약을 맺고 있는 LG유플러스도 소폭(0.79%) 상승했다.

반면 작년 초 3만4000원대였던 CJ CGV는 코로나19 이후 1만500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2만6000~2만7000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영업적자로 재무 부담이 가중된 데다 OTT 중심으로 시장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며 고전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CJ CGV 영업적자는 지난해 3890억원, 올해 470억원으로 예상된다.

영화 개봉일 변화는 영화 소비 패턴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개봉 첫 주말 기선 제압을 위해 영화 배급사들은 주로 금요일을 개봉일로 택했다. 오프닝스코어에 주말 상영관 확보량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주 5일제가 정착되고 개봉일이 점차 당겨졌다. 영화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문화가 있는 날’이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인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관객이 극장에 찾아갈 필요 없는 OTT는 수요일 개봉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금요일 퇴근 후, 주말 수요를 노리고 주로 금요일에 개봉한다.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승리호’ ‘콜’ 역시 금요일에 개봉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