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중고차 가격지수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완성차 및 전기차 배터리주에 투자할 때 중고차지수를 참고할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보급 확산 및 완성차업계의 수익성을 예측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만하임 중고차 가격지수는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23.7% 오른 175.5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다. 이 지수는 미국 최대 중고차 경매업체인 만하임이 만든 지표로, 1995년 1월 가격(100)을 기준으로 한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이동이 재개되면서 차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3월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로 신차 생산은 차질을 빚고 있다. 중고차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배경이다.

중고차 가격 상승은 신차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반도체 쇼티지로 인한 생산 차질이 상대적으로 덜한 현대차·기아 등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 중에서도 주목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이달 들어 5.5%, 기아는 2.90% 올랐다.

이날 장 초반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주가가 동반 상승했다. 삼성SDI는 종가 기준으로 1.87% 오른 6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SDI에 대한 매수 의견을 낸 것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한 자동차 전문 신문은 전기차 보조금이 기존의 대당 최대 7500달러에서 1만달러로 상향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도 미국 내 중고차를 주목했다. 이번 부양책에 ‘중고차 교환 프로그램’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다. 오래된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교환하면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부양안이 시행되면 올 4분기부터 미국 전기차 판매량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병화 유지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부양안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과거와 달리 구매 시 바로 지급되는 방식이어서 정책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며 “한국 배터리업계에도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