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내부통제기준 위반으로 금융사 제재 안된다" 했지만
금감원, 사모펀드 사태 금융사 CEO들 내부통제 못했다며 줄징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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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려해 금융사 최고경영진(CEO)들을 줄줄이 징계해왔다. 경영진이 ‘내부통제 마련 의무’를 마련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러한 행태와 관련해 감사원으로부터 주의조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17년말 감사원은 금감원이 내부통제기준으로 제재하는 것을 징계권 남용으로 보고 주의를 조치했다. 감사원은 “법은 금융회사가 내부통제기준을 정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내부통제기준 위반’을 제재사유로 규정하지 않는다”며 “임직원이 법을 위반한 경우 내부통제기준에 근거해 제재해서는 안된다”고 금감원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금융사의 범죄를 행정적으로 처벌하려면 금융관련법에 구체적이고 적절한 근거를 마련하고, 이에 따라 제재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2017년은 금감원에 대한 이뤄진 마지막 감사로, 당시 감사원은 광범위한 채용비리, 징계권 남용 등과 관련해 52건의 위법·부당행위를 적발했다. 현재 금감원은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과 관련해 4년만에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지만 아직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다.

감사원의 판단은 금감원이 CEO들을 징계하면서 내세운 근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4조(내부 통제 기준)를 근거로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이 CEO들에게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배구조법 제24조는 ‘금융회사가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할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경영진들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같은 ‘행위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금감원은 금융사를 줄줄이 징계했다. 최근 옵티머스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의 정영채 대표가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았다. 대신증권 경영진이자 오너가인 양홍석 사장도 문책경고를 받았다. 현직 금융투자협회장인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에게는 더 높은 단계인 직무정지가 내려졌다. 이밖에 10여명의 경영진이 징계를 받았다.

금감원의 징계는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 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이뤄지는데, 문책경고부터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금융사 임원은 연임이나 금융권 취업이 3년간 제한된다. CEO 입장에서는 평생의 커리어가 한번에 끝나는 무거운 징계다.

금융권에서는 내부통제에 대한 모든 책임을 CEO에게 전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해왔다. 지배구조법 제24조에는 금융사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만 있을뿐 주의·감독 의무는 부과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은 감사원이 요구한 구체적인 제재 근거도 없이 법을 자의적으로 확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관리·감독 실패의 책임을 금융권에 넘기기 위해 CEO들에게 ‘재갈’을 물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재 수위를 높여 사모펀드 사태의 잘못이 전적으로 금융권에 있는 것처럼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부통제기준에 근거하면 윤석헌 원장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감사원은 진행중인 감사결과를 이르면 이달 발표한다. 감사원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담당자들에 대한 징계를 금감원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사들을 처벌한 내부통제기준 대로라면 윤석헌 원장도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최고 감사기관인 감사원의 지시를 무시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17년말 감사원은 채용비리 혐의로 연루된 직원들을 대거 적발했다. 윤 원장은 이번 정기인사에서 채용 비리에 연루됐던 채모 팀장과 김모 수석조사역을 각각 부국장과 팀장으로 승진시켰다.

감사원의 내부통제기준 해석과 금감원의 CEO처벌 기준과 관련해 금감원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 제재는 아직 진행중이어서 입장을 드릴 수 없다”고 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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