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의 국내주식 투자 허용범위 확대를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작년 말부터 이어진 국민연금의 매도세가 증시 부양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선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표심 잡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선거 앞두고…국민연금 앞세워 '동학개미 환심 사기' 논란
국민연금은 9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열어 국내주식 투자 허용범위를 기존보다 확대하는 ‘국민연금기금운용 목표 비중 유지규칙’ 재검토 안건을 논의한다. 현재 14.8~18.8%인 국내주식 보유 목표 범위를 13.3~20.3%까지 넓히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이번 기금위에선 이 안건만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이 안건은 지난달 26일 열린 기금위에서 논의가 이뤄졌지만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시 회의에선 평소 기금위에 정부 입김을 최소화한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던 기획재정부 차관 등 정부 측 위원들이 참석해 안건 통과에 힘을 실었다. “국내 증시 안정을 위해 투자 허용범위를 넓혀 연기금의 기계적 매도세를 멈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부 측 주장이다.

선거 앞두고…국민연금 앞세워 '동학개미 환심 사기' 논란
하지만 다른 기금위 위원들이 반대했다. 다수의 위원은 “은퇴 인구 증가에 따른 국민연금 운용액 감소를 감안하면 국내주식 매도는 불가피하며, 지금 주식을 팔지 않으면 미래에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건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전문가 기구인 투자정책전문위원회와 실무평가위원회에서도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한 위원은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부 리밸런싱의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동학개미 표를 의식해 갑작스럽게 국민연금의 장기 전략을 변경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다시 강행하는 것은 지난 회의 이후 국민연금의 매도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서다. 국민연금을 주축으로 한 연기금은 작년 12월 24일 이후 이틀을 제외한 대부분 기간 동안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올해 들어 누적 순매도액만 16조원 수준으로, 지난달 기금위 이후에도 70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국민연금 안팎에선 이례적으로 열리는 ‘원포인트’ 기금위의 배경에 여당의 압박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주식 매도가 곧 끝난다’는 사실을 부각시켜 선거를 앞두고 여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취지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이번 리밸런싱 조정을 지렛대 삼아 국내주식 목표비중 확대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