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4000 넘은 S&P 500…추세는 오늘 밤 결정된다
4월이 시작되자 미국 국채 시장에 일본인 투자자들이 돌아왔습니다. 이들이 국채 매수에 나서자 10년물 금리는 연 1.6%대 후반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금리 상승세에 억눌려온 기술주들이 활개를 치면서 뉴욕 증시에선 S&P 500 지수가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했습니다.

1일(현지시간) S&P 500 지수는 1.18% 오른 4019.87로 마감됐습니다. 3000을 넘은 뒤 4000을 돌파하기까지 434일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다우는 0.52% 올랐고, 나스닥은 1.76%나 급등했습니다.

알파벳과 넷플릭스가 3% 이상 급등했고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도 2% 넘게 올랐습니다. 애플은 0.7% 상승했습니다. 다만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딜 수혜주로 꼽힌 테슬라는 지난 이틀간 급등한 탓인지 0.93% 하락했습니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금리)은 연 1.68%로 마감됐습니다. 지난 30일 장 초반 1.776%를 찍은 뒤 사흘 연속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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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보험사, 은행 등 미 국채 투자자들은 3월말 결산이 끝나자 예상대로 다시 시장에 돌아왔습니다. 지난 두 달 간 매도자였던 이들은 새로운 회계년도가 시작되자 매수를 시작했습니다. 아시아 채권 시장이 열리던 이날 미 동부시간 새벽부터 10년물 금리는 확연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미 국채는 지난 1월 말부터 약 70bp(1bp=0.01%포인트) 올랐습니다. 일본 투자자 입장에서 자국의 국채 금리(1일 종가 0.116%)를 감안하면 매우 매력적 수준입니다. 게다가 미국 단기 자금시장에 돈이 넘치면서 단기물 금리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어서 환헤지 비용도 거의 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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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늦춰졌던 월말 채권 매입 수요도 가세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채권 투자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31일 인프라딜 발표를 본 뒤 자금을 집행하기 위해 기다렸다가 이날 매수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분기 말 연기금 등 펀드의 리밸런싱 수요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분기 모든 자산군 가운데 채권 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졌습니다. 30년물 국채 가격을 기준으로 15.66% 떨어져 1976년 이후 가장 성과가 나빴습니다. 이러다보니 주식 6대 채권 4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펀드들은 채권을 더 사서 비중을 맞춰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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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관계자는 "2일 나오는 노동부의 3월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일부 숏커버링 수요도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지난 3월 신규 일자리가 몇 개나 창출됐을까 하는 겁니다. 월가의 컨센서스는 약 64만~67만개 수준이지만 예측치는 20만개에서 110만개까지 크게 엇갈립니다. 만약 일자리가 컨센서스보다 많이 늘었을 경우 금리가 폭등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흘간 이어지는 부활절 연휴를 앞두고 미리 일부 공매도했던 물량을 청산하는 수요가 있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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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걱정이 조금 잦아들자, 투자자들의 눈에는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는 미국 경제가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는 전날 발표한 인프라딜까지 포함해 작년 12월 말부터 계속해서 부양책을 쏟아붓고 있지 않습니까? 이는 위험자산에 대한 베팅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날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코로나가 터진 뒤 처음으로 17대로 떨어져 17.38로 마감됐습니다. 이는 14개월 내 최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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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는 백신 보급 가속화와 함께 확연히 살아나고 있습니다. 구글은 전날 4월부터 일부 지역에서 상황에 맞춰 사무실 근무를 재개한다고 직원들에게 공지했습니다. 아마존은 여름부터 사무실 복귀를 시작해 가을께 대부분 직원이 사무실 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알렸습니다.

시장정보업체 워즈인텔리전스에 따르면 1분기 미국 자동차 판매가 11.3% 증가했습니다. 특히 3월 판매 속도를 기준으로 예측한 올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1680만대에 달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입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이날 조종사 300명 채용 계획을 밝혔습니다. 지난 3월에 하루 항공 여행객이 100만 명을 넘긴 날은 26일이나 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항공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데 따른 겁니다. 지난 28일엔 157만4228명이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했습니다. 저에겐 하와이 여행을 권하는 유나이티드항공의 광고성 이메일이 날라오고 있습니다. 미국 호텔들의 객실판매도 2019년의 83%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날 아침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 60.8에서 64.7로 상승했습니다. 1983년 12월 이후 만에 가장 높은 기록적 수치입니다. 시장 예상치는 61.7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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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지난주(~27일)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전주보다 6만1000명 증가한 71만9000 명으로 예상을 웃돌았습니다. 하지만 3월20일로 끝난 주간의 청구건수가 2만6000건 하향 조정된데다 감소 추세는 이어지고 있어(4주 이동평균은 계속 하락) 시장엔 별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채권 시장에는 3월 고용지표의 '서프라이즈' 가능성을 줄여주는 호재(?)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연율 9~1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3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분기 10%, 3분기 9% 등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줄줄이 나오고 있는 부양책으로 가계 등의 저축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백신 보급에 의해 경제가 본격 재개되면 억눌린 소비가 폭발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이런 기대감은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이날 내달부터 단계적 증산에 나서기로 결정했지만 유가가 급등한 데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세계 경기 회복을 고려해 오는 5월 35만 배럴, 6월 35만 배럴, 7월 40만 배럴 등 하루 감산량을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량도 오는 7월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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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부텍사스원유(WTI)는 3.9% 올라 배럴당 61.45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이는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수요가 OPEC+의 공급량 증가분보다 더 클 것이란 관측에 따른 겁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2조25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도 투자자들의 자신감을 북돋웠습니다. 반도체 산업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면서 반도체주는 비상했습니다. 일본 키옥시아 인수설까지 나온 마이크론은 4.9%나 급등했습니다.

차분히 지켜봐야할 건 역시 2일 아침 8시30분(한국 시간 2일 밤 9시30분)에 나오는 3월 고용지표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백신 보급과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고용 시장의 회복이 3월에 시작됐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3월 비농업 신규 일자리는 77만5000개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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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은 통상 4월 첫째 주 '성금요일'(good friday)에 3월 고용지표가 나오면 채권 시장 변동성이 평소보다 더 컸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투자자들은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