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아크펀드, 리스크 관리를 본능에 의존"…모닝스타의 비판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자 기술주가 날개짓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이어질 지는 불확실합니다.

1분기 마지막 날인 31일(현지시간) 다우는 0.26% 하락한 반면 S&P 500 지수는 0.36%, 나스닥은 1.54%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지수는 장중 한 때 2% 이상 치솟았고 S&P 500 지수는 장중 사상 최고치(3994.41)를 경신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항선으로 작용하는 4000은 넘지 못했습니다.

전날 연 1.776%까지 치솟았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금리)은 1.71~1.74% 수준에서 안정된 흐름을 보였습니다.

이날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기술주가 오른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① 바이든의 친환경 중심 인프라 대책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피츠버그를 방문해 도로, 다리, 5G 통신망 등에 약 2조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입니다. 바이든은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가장 큰 일자리 투자다. 이 부양책이 중국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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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항만 철도 등 전통 인프라 4470억 달러 △전기차(EV) 보급 1740억 달러 △상수도 1100억 달러 △5G 인프라 1000억 달러 △전기 현대화 1000억 달러 △R&D(연구개발) 인센티브 1800억 달러 △제조업 인센티브 3000억 달러 등을 쓰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날 수혜주인 산업, 소재, 에너지주 등은 하락했습니다. '뉴스에 팔아라'라는 말이 현실화된 겁니다. 반면 전날 1%대 급락했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은 모두 1.6% 이상 올랐고 전기차 충전소 50만개 확보 계획의 수혜주인 테슬라는 전날 4%에 이어 이날도 5% 이상 뛰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산업, 소재주 등은 이미 몇 달간 인프라딜 뉴스로 많이 올랐다"며 "반면 기술주들은 인프라딜에 포함된 5G 투자계획, 전기차 충전소 확보 등 청정에너지 관련 투자를 재료로 상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바이든의 계획엔 법인세 인상(21%→28%), 무형자산을 통한 해외 소득에 대한 최저세율(GILTI) 인상(10.5%→21%) 등 향후 15년간 2조 달러 세수를 확충하는 증세안이 포함됐습니다. 증세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 발표에 채권 시장은 차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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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4월에 교육과 헬스케어 등에 투자하는 2차 계획까지 발표한 뒤 오는 7월4일 독립기념일 이전에 한꺼번에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② 안심을 준 민간고용 지표?

이날 아침 발표된 ADP 집계 3월 민간고용은 51만7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9월 이후 가장 큰 증가세였지만, 시장 예상(52만5000명)에는 약간 미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2월 수치가 당초 11만7000 명 증가에서 17만6000 명 증가로 상향 조정되면서 이를 감안하면 예상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특히 서비스업종에서 43만7000 명이 증가해 백신 보급과 함께 조금씩 경제 봉쇄가 풀리면서 역시 서비스 일자리가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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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당초 예상치 언저리의 수치가 나왔다는 점에서 시장은 안심했습니다. 이 수치가 예상보다 훨씬 높게 발표됐다면, 오는 2일 노동부가 발표하는 고용지표(비농업)가 예상치(65만 명)를 훌쩍 넘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을 겁니다.

③ UBS의 애플 긍정 평가

UBS는 이날 애플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높이고 목표주가도 115달러에서 142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애플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쳤고, 이날 주가는 1.88% 올랐습니다.

UBS는 아이폰 수요가 안정적이고 평균판매가(ASP)도 높아지고 있는데다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최소 주당 14달러 이상 높아져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④ 라가르드의 경고

"시장이 원하는 만큼 우리를 테스트할 수 있지만, 우리는 우리의 임무를 이행하고 경제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도구를 필요할 때마다 사용할 것이다."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채권 금리 상승에 베팅하고 있는 투자자들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날렸습니다. 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건 자유지만, 중앙은행의 갑작스런 개입으로 얼마든 돈을 날릴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한 겁니다. 유럽의 얘기이긴 하지만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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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요인들이 금리를 오랫동안 낮게 지속시키거나 기술주 강세를 유지시키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ADP 민간고용 지표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이 터진 뒤 노동부의 정식 고용지표와의 상관관계가 낮아졌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양쪽 다 집계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인지 상관관계가 별로 없다. 별로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ADP와 달리 2일 발표될 고용지표가 깜짝 놀랄 수준으로 나올 가능성도 여전하다는 뜻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정말 3월 신규 고용이 100만 명 수준이 나온다면 10년물 금리는 순식간에 연 2%에 달할 수 있다"며 "Fed가 인플레이션은 2%를 넘어도 무시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고용지표 개선은 무시할 수 없다. 3월 실업률이 5%대로 떨어진다면 당장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테이퍼링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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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딜도 금세 의회를 통과되거나 쉽게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월가의 중론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계획이 의회를 통과하려면 민주당은 상원에서 조정권을 발동해야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시행했던 많은 방안을 되돌리는 조치가 포함되어있다는 겁니다. 실제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곧바로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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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이 법안은 9월에나 대통령 책상에 도달할 것이며, 이후에도 2조 달러는 약 10년간에 걸쳐 천천히 투입될 것이고, 몇 년 지나야 본격적으로 많은 돈이 투자될 것으로 봤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공화당이 인프라딜까지 내어줄 경우 다음 정권 창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 공화당에게는 증세라는 반대할 명분도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신포도' 혹은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하나 더 점점 커지는 위험은 금융 규제 강화 움직임입니다. 옐런은 이날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 첫 회의를 열고 "우리는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옐런은 뮤추얼 펀드 등 비은행 부문과 관련된 취약점을 해결하는 것, 지난해 국채 시장 붕괴를 분석해 금융 스트레스 기간에 시장을 더 견고하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아케고스캐피털 사태를 염두에 둔 듯 "트럼프 전 행정부 때부터 엄청나게 커진 헤지펀드의 위험을 제어하기 위한 작업을 되살려야 한다. 이번 코로나 대유행은 일부 헤지펀드의 레버리지가 금융 시장의 스트레스를 증폭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케고스캐피털 사태와 관련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뿐 아니라 도이치뱅크도 빨리 포지션을 정리해 손실을 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크레디트스위스와 노무라가 내부 통제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금융사 내부통제와 관련 이날 펀드평가사인 모닝스타는 재미있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작년부터 월가 스타로 부상한 아크인베스트먼트에 대해 내부통제가 엉망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겁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아크펀드, 리스크 관리를 본능에 의존"…모닝스타의 비판
'아크 이노베이션의 테마별 접근법은 중대한 변화 시기에 제대로 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느슨한 위험 통제, 잘못된 인사 등에 대해 '미래에 눈이 멀었다', '캐시 우드 CEO는 데이터나 규칙이 아닌 본능으로 위험을 관리한다'는 등 강력히 비판하면서 '중립' 투자등급을 매겼습니다.

모닝스타의 보고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아크 펀드의 주된 매력은 CEO인 캐시 우드다. 하지만 그녀의 후계자로 꼽히는 브렛 윈튼은 포트폴리오 관리자로서의 경력이 없다. 또 리서치를 맡고 있는 애널리스트들은 쉽게 그만두며, 상당 기간 남아있는 9명의 애널리스트는 깊은 산업 경력이 없다.

② 아크인베스트는 탄탄한 위험 관리를 위한 방법이 모자라며, 데이터와 규칙보다는 캐시 우드의 본능에 의존한다. 이 회사는 리스크 관리 인력이 없으며 위함 관리 개념도 불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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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아크펀드가 커지면서 위험 관리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운용액이 230억 달러로 불어나면서 이 펀드는 점점 더 유동성이 감소하고 심각한 손실에 대해 취약해지고 있다.

④ 전반적으로 아크인베스트의 분석법은 검증되지 않았다. 위험 관리는 배짱에 맡기는 식이며,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자산은 아크의 역사적으로 대단한 성과가 계속 이어질 지 의문을 제기한다.

모닝스타의 분석이 맞는다면 향후 시장이 흔들릴 경우 아크인베스트는 더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있을 듯합니다. 어느 때보다 위험 관리가 중요한 시점입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