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의 1만6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누리호. HMM 제공
HMM의 1만6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누리호. HMM 제공
HMM이 발행한 전환사채(CB)에서 나온 주식 1000만주가 31일 주주의 계좌에 입고됐다. 다음달에 추가 전환 물량이 풀릴 가능성이 높고, 오는 7월까지 기존 상장 주식 수의 최대 20%가 더 풀릴 수 있어 오버행(물량 출회) 부담이 HMM 주가 향방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HMM은 이날 3.20% 오른 2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 종목은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3월 개인의 HMM 거래금액은 16조8581억원으로 같은 기간 1위에 오른 삼성전자(18조9897억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 종목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진 건 탈(脫) 코로나19로 인한 물류 정상화, 민영화 추진, 수에즈 운하 사고 등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HMM은 직전 2거래일 간 17.72% 하락했다. 수에즈 운하 사고가 조기 수습 국면으로 접어든 게 영향을 미쳤고, HMM이 발행한 CB의 주식 전환 물량 1000만주가 시장에 풀린 영향도 있었다.

앞서 HMM은 지난해 12월 CB 2400억원어치(1868만주)를 공모로 발행했다. 이 가운데 약 1000만주에 대한 주식 전환 신청이 지난 3월 1~15일 접수됐다. 이 시기에 접수된 전환 신청은 사전에 정한 바에 따라 31일 주주의 계좌에 입고됐다. 그런데 이 주식은 입고되기 이틀 전인 지난 29일부터 매도가 가능했고, 이에 따라 직전 2거래일 간 매도 물량이 쏟아져 주가를 끌어내린 것이다.

그 결과 이날 HMM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3배로 낮아졌다. 전환된 1000만주 가운데 상당량이 이미 풀린데다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높아지자 주가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HMM 주가는 이날 오전 한 때 6.23%까지 상승폭을 키웠다. 그러나 오후 들어서는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아직 전환되지 않은 잔여 물량에 대한 우려가 상승폭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발행 CB의 잔여 물량 467만주에 대해서는 주주가 오는 5일까지 주식 전환 청구를 할 수 있다. 전환가액(1만2850원)보다 현재 주가가 훨씬 높은 상태여서 이 물량도 전환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기중인 별건의 메자닌 물량은 더 막대하다. 오는 6월 만기를 맞는 산업은행 발행 CB의 전환가능 주식 수는 6000만주다. 기존 유통 주식 수의 18.4%에 달하는 물량이다.

산업은행은 오는 6월 만기 CB를 주식으로 전환할지에 대해 “검토중”이라는 입장이다. 증권가 전망은 엇갈린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업은행 등 공공 부문이 보유한 HMM의 장기채 메자닌 물량은 최대 6억1965만주로 기존 상장 주식의 2배에 달한다”며 “이 물량을 전환하면 사실상 HMM 매각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채를 전환하지 않으면서도 특혜 시비를 피하기 위해 오는 6월 만기 물량까지는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산업은행이 6월 만기 물량을 주식으로 전환해 장내매도하면 주가에 미치는 충격이 크기 때문에 이는 피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HMM을 매각할 때 이 채권까지 인수자에게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엄 연구원의 예측처럼 공모 CB만 주식으로 전환해 시장에 풀 경우 늘어나는 주식 수는 기존 유통주식 수의 5.7%다. 이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 매니저는 “해운업 전망이 좋고 HMM의 밸류에이션도 양호하기 때문에 5% 남짓 물량은 시장에 주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